“나는 잘린 친박”… 수도권 새누리 후보들, 친박 마케팅 용도폐기

입력 2016-04-08 20:05
“저는 이미 ‘짤박(잘려나간 친박)’으로 평가받고 있는 사람입니다.”

서울 강서갑에 출마한 새누리당 구상찬 후보는 8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후보가 자신을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평가한 것에 대해 이같이 대꾸했다. 자신이 친박(친박근혜)계가 아님을 강조한 것이다.

구 후보는 “저는 (박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가장 많이 한 국회의원 중 한 사람이었고, 쓴소리를 가장 많이 한 지구당 위원장 중 한 사람이었다. (정치권에) 들어오신 지 얼마 안 돼서 잘 모르시나보다”며 금 후보를 넌지시 비꼬았다. 또 친박계 조원진 의원이 ‘박 대통령이 대구에 선물보따리 준비해 놓고 있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 “조 후보가 아마 대구 지역의 승리를 위해서 조금 힘든 공약을 내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이처럼 수도권 새누리당 후보 대부분은 선거운동 시작부터 ‘박근혜 대통령’과 연관짓는 것을 극도로 삼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야세가 강한 수도권에서 ‘박근혜 마케팅’이 마이너스 요인이라고 판단해 오히려 박 대통령과 자신이 무관함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수도권 한 새누리당 후보는 “야당 후보가 연일 박근혜정부 심판론을 떠들고 있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을 앞세울 경우 야당 전략에 말려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서울 지역 새누리당 후보 47명의 선거 공보물과 현수막에서도 박 대통령의 사진과 이름이 전면에 나온 것을 찾아볼 수 없다. 일부 후보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찍은 사진을 공보물에 싣기도 했다. 특히 새누리당 후보 몇몇은 새누리당 상징인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고 유세에 나서고 있다. 부산에서도 새누리당 후보 선거 공보물 중 박 대통령을 전면에 내세운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여권 관계자는 “이번 선거를 분기점으로 박 대통령의 당 장악력도 급격히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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