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임항] 治癒의 생일시

입력 2016-04-08 17:57

2년 전 침몰한 세월호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단원고 2학년 6반 구태민군은 지난해 3월 말 ‘엄마./이곳에도/한국의 가을하늘 같은 하늘이 있어요’라고 소식을 전해 왔다. “나는 이곳의 하늘 아래에서/ 축구공을 멀리 차보기도 하고/ 야구공을 세게 던져보기도 하고/ (…)/ 엄마와 아빠와 태윤이를 생각하기도 해요.” 그곳에서는 “수학을 공부할 필요가 없어서 좋아요/ (…)/ 쓸데없는 일로 벌을 받지 않아도 되고/ 무엇보다 싸움을 할 만큼 화가 나거나/ 슬픔 같은 감정이 들지 않아 좋아요”라고.

태민이는 다만 그리울 뿐이라고 했다. “늘 타던 자전거와/ 등에 딱 붙던 가방이 그립고/ 야식으로 먹던 치킨이 그립고/ (…) 엄마가 만들어주던 숙주나물이 그리워요/ 그렇지만 엄마가 몇 번 사왔던 디자인 이상한 옷들은 그립지 않아요/ 으흐흐.” 3월 28일생인 태민이는 자신의 하늘에도 한국의 봄 같은 봄이 오면 사랑하는 엄마의 생일도 곧 돌아온다고 상기시킨다. “19년 전 오늘, 엄마가/ 나를 나에게 선물해주었으니까/ 나도 엄마에게 나를 선물로 드릴게요.”

‘하늘’이라는 제목의 이 시는 ‘그리운 목소리로’ 태민이가 들려주고, ‘미안한 마음으로’ 시인 박준이 받아 적었다. “아이에게 잘 있다는 말 한마디만 들을 수 있으면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다”는 부모들의 공통적 열망을 담은 ‘단원고 아이들의 시선으로 쓰는 육성 생일시’ 프로젝트의 하나다. 세월호 유가족을 위한 치유 공간 ‘이웃’의 정혜신 정신과 의사의 청탁에 정끝별, 나희덕, 도종환, 김소연 등 시인 34명이 부응했다. 시인들은 아이와 그 주변에 대해 꼼꼼히 취재를 했고, ‘아이들의 목소리가 찾아들기를 몇 날 며칠 기다렸다’고 했다. 그 결실은 지난해 말 생일시 모음 ‘엄마, 나야’로 출간됐다.

하늘나라 아이들의 목소리에 화답하듯 세월호에서 구조된 단원고 학생 11명과, 형제자매를 잃은 어린 유가족 15명도 입을 열었다. 이들은 지난 2년간 느낀 슬픔과 죄책감, 중압감과 무력감 등을 11명의 작가 기록단에게 털어놓았고, 그 구술들은 ‘다시 봄이 올 거예요’라는 책자로 11일 출간된다. 이젠 우리가 공감과 참된 위로와 격려를 위해 그들의 얘기에 귀 기울일 차례다.

임항 논설위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