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공화국’… 학교 내 자판기 커피 판매 금지

입력 2016-04-07 21:48
설탕만 많이 들어 있고 영양성분이 부족한 식품에 대해 ‘고열량·저영양 식품’ 표시를 의무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도시락, 어묵, 죽 등 즉석식품에 당류 등의 영양 표시도 확대될 전망이다. 학교 내 자판기에서는 커피를 팔지 못하게 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7일 ‘제1차 당류 저감 종합계획(2016∼2020)’을 발표하고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량을 하루 총에너지 섭취량(열량)의 10% 이내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국민 개개인이 설탕을 덜 먹도록 돕는 종합대책을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그러나 규제의 강도가 높지 않아 얼마나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식약처는 유아와 10, 20대의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최근 20대 이하에서 가공식품을 통한 설탕 섭취가 눈에 띄게 늘고 있어서다. 정부는 가공식품을 통한 설탕 섭취량을 하루 에너지 섭취량의 10% 이내로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2013년 기준 19∼29세는 이 비율이 11.0%로 권고치를 넘었다. 3∼18세도 10% 이상이었다. 3∼29세 10명 중 4명 이상이 권고치를 넘어 설탕을 섭취하고 있다. 평균 당 섭취가 늘면서 최근 5년 사이 당뇨병 환자는 24.6%나 증가했다.

식약처는 이에 따라 설탕이 기준 이상 함유된 제품에 대해 ‘고열량·저영양 식품’ 표시를 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2018년 탄산음료, 2019년 사탕과 혼합음료, 2020년 과자와 빵에 이런 표시를 의무화한다는 로드맵을 수립했다.

245개 식품 유형 중 100개에서만 시행 중인 ‘영양정보 표시 의무화’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시리얼류와 편의점 삼각김밥·도시락 등 즉석섭취식품, 편의점 어묵·죽 등 즉석조리식품, 코코아가루 등에는 영양정보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2017년부터 이들 제품에 대해 영양정보 표시가 확대된다. 하루 권장 칼로리의 몇% 설탕을 먹는 건지 알 수 있도록 ‘% 영양성분 기준치 표시’도 오는 9월부터 의무화된다.

아울러 학교 내 자판기에서 커피를 팔지 못하게 하고 설탕 함량이 높은 식품은 학교 매점에서 판매를 제한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커피전문점에 대해서는 ‘자율영양표시제’ 참여를 유도할 방침이다. ‘저당’ ‘당을 줄인’ 등 표현의 광고가 가능하도록 관련 규정도 개정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1인당 가공식품을 통한 설탕 섭취를 하루 50g(3g짜리 각설탕 16∼17개 수준)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주요 대책에서 법 규정을 고쳐 가공식품 업체에 강제성을 부여하는 일은 신중을 기하고 있다. 영국 등에서 도입한 설탕세도 검토하지 않고 있다.

손문기 식약처장은 “국민 평균으로 봤을 때는 기준 이내에서 적정 수준으로 당을 섭취하고 있어 설탕세는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없다”면서 “기업의 경제 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당류 섭취를 일정 수준 미만으로 유지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계획이 업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현 정부의 반(反)규제 분위기로 강도 높은 대책이 나오지 못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당류 저감 계획도 이날 국가정책조정회의 후 영양정보 표시 의무화 등 대책의 규제 수준이 낮아졌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