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법무부 진경준(49) 검사장의 ‘주식 대박 스캔들’에 대해 “철저한 진상규명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비상장 주식 투자로 120억원대 수익을 낸 경위에 대해 정부 차원의 고강도 검증을 예고한 것이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1차 조사를 벌여 비위 혐의를 발견하면 법무부 장관은 검사에게 즉시 조사를 지시해야 한다. 진 검사장의 사표 수리도 보류될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 관계자는 7일 “관련 논란에 대해 투명하게 진실이 밝혀지는 것이 현재로선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조사 결과가 나오면 법과 원칙에 따른 처리가 이뤄지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전날 해외순방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박근혜 대통령도 진 검사장 관련 논란을 보고받고 ‘선(先) 진상 규명, 후(後) 법과 원칙에 따른 처리’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집권 4년차를 맞은 올해 초부터 정부 업무보고 및 국정과제 세미나 등에서 부정부패 척결과 공직기강 확립을 강조해왔다.
공직자윤리위는 6일 진 검사장에게 소명요구서를 발송하는 등 조사 절차에 들어갔다. 윤리위는 법원의 영장 없이도 금융기관으로부터 거래 내역을 제출받을 수 있다. 진 검사장은 물론 다른 사건 관계자들을 불러 진술을 청취할 권한도 갖고 있다. 조사는 진 검사장의 주식 매입 자금출처, 취득 경위 및 직무 관련성 등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이번 조사에서 진 검사장의 혐의가 나오면 그동안의 공직자 재산 검증이 허술했다는 비판도 뒤따를 수밖에 없다. 진 검사장은 지난달 31일 “2005년 넥슨 주식 매입 내역은 당시 공직자윤리위에 다 신고했다. 이후 심사에서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진 검사장의 넥슨 주식 매입 과정에 넥슨 창업주인 김정주(48) NXC 대표가 어떤 식으로든 관여했을 정황도 짙어지고 있다. 진 검사장과 김상헌(53) 네이버 대표에게 주식 1만주씩을 넘긴 ‘제3자’는 넥슨 미국법인장을 지낸 이모씨로 드러났다. 거래를 주선한 이는 외국계 컨설팅업체에 다니던 박모(49)씨로, 그는 이후 NXC 감사를 지냈다. 박씨 역시 주식 1만주를 매입했다. 우량 비상장 주식의 매도인과 중개인 모두 ‘넥슨쪽 사람’인 셈이다. 당초 공동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여성 이모씨는 주식 보유량만 같을 뿐 이들과 직접 관련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넥슨은 등기부등본에 ‘주식 양도는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명기할 만큼 폐쇄적인 지분 관리를 했다. 김정주 대표가 미 법인장의 주식 매각 의사를 접하고 박씨를 통해 진 검사장 등과 연결해줬거나, 자신이 직접 투자를 권했을 개연성이 있다. 김정주 대표와 공동투자자 3인은 모두 서울대 동문으로 친분이 두터웠다.
한 법조인은 “관련자들이 해명 시기를 놓쳐 의혹을 키운 감이 있다”며 “김정주 대표가 입을 열 때”라고 말했다. 진 검사장은 지난 2일 사의를 밝힌 이후 연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고 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靑 “주식 스캔들 철저 규명”… 넥슨 창업주 김정주의 입 열릴까
입력 2016-04-07 2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