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고교·대학 입시, 공무원 채용은… 고입 자소서, 소득수준 암시도 금지

입력 2016-04-08 04:00

수험생이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드러내선 안 된다는 것은 상식이다. 입시뿐 아니라 공무원 채용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면접이나 자기소개서처럼 평가자 주관이 ‘점수’와 직결되는 ‘정성평가’에서는 사실상 부정행위로 인식된다. 지원자 능력을 제대로 평가하기 어렵고 ‘금수저’ ‘흙수저’ 논란을 일으켜 사회 통합을 저해할 수 있어서다.

각급·각종 공무원 채용과정에서는 면접이나 자기소개서에 부모, 친인척 등 주변사람의 신상정보나 배경을 언급하는 것이 엄격하게 금지돼 있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7일 “부모 직업이나 신상을 절대 묻거나 답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이를 어길 경우 불합격 처리한다”고 말했다.

고교 입시에도 같은 원칙이 적용된다. 교육부는 전국 모든 과학고, 외국어고, 국제고, 자율형 사립고 입시에서 “부모에 대해 아예 언급하지 말라”고 못 박았다. 2011학년도 고입 전형부터 매년 적용되는 ‘자기주도학습전형 및 고교 입학전형 영향평가 매뉴얼’에 규정된 사항이다. 공교육으로 갈고 닦은 학생의 실력만 보라는 것이다. 자기소개서에 부모와 친인척 이름과 직장명, 구체적인 직위는 물론 사회·경제적 지위 등을 암시하는 내용을 적으면 안 된다. 소득 수준이 드러나는 골프나 승마 등 고비용 취미활동을 쓰는 것도 금지하고 있다. 쓰지 말아야 할 예시도 뒀다. ‘○○지검 검사장이신 아버지를 따라 어렸을 때부터 법조인의 꿈을 키웠습니다’ ‘○○대학 물리학 교수이신 아버지를 따라 어렸을 때부터 물리학자의 꿈을 키웠습니다’ 같은 문장이다. 이런 원칙을 어기면 ‘규정 위반’으로 점수가 깎인다. 과학고는 평가등급을 한 단계 이상 강등한다. 외고·국제고·자사고도 항목 배점의 10% 이상 감점한다.

대입에선 대학 자율성을 배려해 일괄적으로 금지하지는 않는다. 다만 교육부는 대학이 준수해야 하는 ‘학생부종합전형(옛 입학사정관제) 운영 공통기준’에 입학사정관의 책무를 명시했다. ‘학생 평가에 있어 학연, 지연, 혈연 및 외부 압력으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해야 한다’ ‘명확한 평가기준을 가져야 하며 공정한 시각을 견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등이다. 이를 준수하지 못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면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윤리위원회의 규정에 따른 조치를 받을 수 있다. 한 대형 입시업체 관계자는 “면접에서 부모 신분을 드러내는 건 부정행위로 인식된다. (수험생에게) 불이익을 당할 수 있으니 자제하라고 조언한다”고 말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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