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4·13총선을 앞두고 8일 1박2일 일정으로 호남을 방문한다. 당 안팎에서 제기돼온 호남의 ‘반(反)문재인’ 정서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뜻이다. 이 결단이 호남 표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까. ‘반문’ 정서만 들쑤셔 국민의당을 상대로 고전하고 있는 호남 판세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란 관측도 없지 않다.
◇정면 돌파 선택한 文…“거침없는 질타 듣겠다”=문 전 대표 측은 7일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문 전 대표는 광주에서 특별한 형식 없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진솔한 얘기를 듣고 거침없는 질타를 들어가며 민심 한가운데로 들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특정 후보 지원보다는 호남 민심에 귀 기울이고 지지를 호소하는 ‘위로’ ‘사과’ ‘경청’이 목적”이라며 “전남 방문 등 추가 일정은 추후 협의해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문 전 대표는 8일 호남의 ‘정치 일번지’ 광주를 찾으며 이튿날엔 전북으로 이동해 정읍 익산 전주 등지를 방문할 예정이다.
문 전 대표는 그동안 호남 방문을 망설일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친문(친문재인)’ ‘친노(친노무현)’ 진영이 호남을 홀대했다는 유권자들의 ‘반문’ 정서가 컸다. 당 지도부는 문 전 대표의 호남 방문에 여러 차례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대권주자로서 입지를 다지려면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자세로 호남 표심을 달래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호남 방문이 ‘피할 수 없는 잔’이라면 마셔야 한다는 주장이다. 문 전 대표는 전날 경기 용인 유세에서 “호남의 인정을 받아야 대선주자 자격이 있다는 데 공감한다”고 말했다.
◇文의 호남행, 어떤 영향 줄까=문 전 대표의 호남행을 둘러싼 당 안팎의 전망은 엇갈린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마뜩찮은 반응을 보였다. 그는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문 전 대표의 호남 방문이 득이 될 게 없을 것 같다’는 취지의 질문에 “내가 객관적으로 보기에는 좀 그런 것 같다”며 동의했다. 그는 경기·강원·충북 지역 유세 도중에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문 전 대표가) 거기(호남) 가서 많은 저항을 받더라도 감수하겠다고, 그런 마음을 먹고 가는 듯하다”고 말했다.
김홍걸 광주지역 공동선대위원장은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문 전 대표가 무조건 (광주에) 도움이 된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도 “낮고 겸허하게 민심을 경청하는 자세를 보인다면 민심을 돌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도 밝혔다.
이 지역 후보들은 문 전 대표가 호남에서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라는 분위기다. 광주 북을의 이형석 후보는 페이스북에 “오셔서 매도 좀 맞고 광주시민의 분노를 들어 달라”고 적었다. 광주 북갑에 출마한 정준호 후보는 문 전 대표에게 단식을 요구했다. 그는 “5·18 구(舊)묘지에서 단식을 해야 한다. 진정한 사죄의 뜻을 담아 단식을 실천하면 나도 기꺼이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광주 지역 후보들은 전날 문 전 대표의 광주 방문과 관련해 간담회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후보들은 문 전 대표에게 지원 유세를 요청했다. 전남 여수갑 송대수 후보는 지원 유세를 공식 요청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제1야당의 유력 대권주자가 특정 지역을 방문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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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4-07 2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