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양적완화 위해 한은법 손보겠다는데… ‘스웨덴의 실험’부터 지켜보라

입력 2016-04-07 19:46
스웨덴 중앙은행은 경제성장률이 높고 주택시장도 활황인 와중에 전례 없이 공격적인 양적완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를 “지구상 가장 중요한 중앙은행 정책 실험”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물가를 띄우려는 스웨덴의 정책은 부동산 버블로 인한 위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높은 가운데 집권여당이 ‘한국판 양적완화’를 총선 공약으로 내세운 우리나라로서는 스웨덴의 실험 결과가 더욱 더 주목된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중앙은행인 스웨덴 릭스뱅크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2011년에 시류를 거슬러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렸다가 실패를 맛봤다. 이에 대해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성급한 금리 인상이 경제에 미치는 위험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현재 릭스뱅크는 2010년과는 정반대 정책을 시행 중이다. 이미 마이너스이던 금리를 지난 2월 -0.5%로 더 내렸고 자산 매입도 지속하고 있다. 스웨덴은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4.5%로 상당히 높은 데다 부동산 붐이 일고 있는데도 통화완화 정책의 강도를 높인 것이다. 이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좀처럼 제로(0)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은 릭스뱅크가 일본의 경험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년 전 일본은 인플레이션 신호 없이 거품 붕괴를 맞았다. 현재 스웨덴은 올리려는 물가는 안 오르는 대신 자산 버블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유럽집행위원회는 스웨덴 집값이 25∼40% 고평가돼 있다고 경고했다. 집값 상승이 지속되자 주택담보대출도 급증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스웨덴의 실험은 각국 중앙은행이 저물가에서 벗어나려는 절박한 노력을 어느 수준까지 지속해야 하는지를 가늠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거품이 터지는 것으로 귀결된다면 스웨덴은 부정적인 면에서 가르침을 주는 반면교사(反面敎師)가 될 것이다.

7일 새누리당 당선권 비례대표 후보로 구성된 ‘소통24시 365 공약실천단’은 20대 국회 개원 후 ‘한국형 양적완화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강봉균 공동선대위원장이 제시한 ‘한국판 양적완화’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주택담보대출증권이나 산업은행 채권을 인수하도록 한은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양적완화는 기준금리가 제로까지 내려간 뒤에야 시작되는 것인 반면 강 위원장의 양적완화는 기준금리가 제로가 아닌 상태에서 한은이 자산을 매입해 시중에 돈을 푸는 것을 뜻한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