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3대 악재'에 연일 '반성 모드'

입력 2016-04-07 20:34 수정 2016-04-08 00:21
“죄송합니다.”

20대 총선을 6일 앞둔 7일 새누리당 지도부는 연신 고개를 숙였다. 회의에서도, 지원유세에서도 ‘야당 심판론’보다 ‘반성론’이 앞자리를 차지했다. 당 홍보본부는 ‘반성과 다짐의 노래’(반다송) 뮤직비디오를 유튜브에 공개했다.

공천 파동, ‘진박(진실한 친박근혜) 마케팅’에 지지자들이 화난 것은 ‘180석 확보’를 언급했던 새누리당의 오만한 이미지 때문이라고 결론 내리고 이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서는 계속 사죄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직격탄을 맞은 대구의 양명모 후보(북을)는 “새누리당이 너무 자만하고 오만했다”며 삭발식을 하고 성난 민심에 사죄하는 퍼포먼스까지 벌였다.

이 같은 전략 변화의 근간에는 ‘과학’이 숨어 있다.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의 반사이익은 기대하기 힘들 정도로 기존 지지층 이탈이 심각하다는 게 수치로 확인되고 있어서다. 새누리당이 보는 ‘집토끼’ 이탈의 증거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당 지지율이 선거 국면 진입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국민일보·CBS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성인 1017명 대상,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 응답률 4.9%)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새누리당 지지율은 34.1%로 지난달 11일 조사(43.0%)와 비교해 8.9% 포인트나 빠졌다. 특히 50대 지지율은 59.1%에서 41.3%로 무려 17.8% 포인트 급락했다.

야당이 가장 우려하는 세대투표 경향이 이번 총선에서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접전지 새누리당 후보들에겐 고민거리다. 지금껏 여당에선 “20∼40대가 모두 투표장에 나와도 유권자 수가 많아진 50, 60대가 나오면 이기기 힘든 구조”라며 ‘기울어진 운동장’론을 펴왔다. 하지만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적극투표 의향 여론조사에서 올해 총선에 꼭 투표하겠다고 응답한 유권자 비중이 19대 총선에 비해 큰 폭으로 늘었지만 50대 이상은 낮아졌다. 19∼29세의 경우 36.1%→55.4%, 30대 47.1%→59.6%, 40대 56.3%→63.2% 등 40대 이하의 투표 의사가 뚜렷하게 늘었지만 50대의 경우 67.4%→65.4%, 60대 이상은 76.9%→72.8%로 떨어진 것이다. 새누리당과 여론조사 전문가 모두 이 결과에 대해 “공천 과정에서 드러난 여권 내 극심한 계파 갈등에 실망한 50대 이상 새누리당 지지자들의 투표 포기 의사가 증가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새누리당 핵심 지지층=박근혜 대통령 지지층’이라는 공식을 대비했을 때도 비슷한 결론이 나온다. 국민일보·CBS의 지난 4일 공동조사에서 박 대통령 지지도는 지난달 11일 조사(46.3%)보다 7.9% 포인트 하락한 38.4%를 기록했다.

이 같은 조사를 근거로 새누리당이 선거 막바지 전략을 반성 모드로 선회했지만 지역별로 후보들이 느끼는 온도차는 크다. 특히 대구의 이른바 ‘진박’ 후보들이 석고대죄 유세 중에도 “박근혜 대통령을 위해 일하게 해 달라”고 호소하는 것에 대한 수도권 후보들의 거부감이 크다. 서울에 출마한 한 새누리당 후보는 “대구 진박들이 여전히 ‘박근혜 마케팅’을 벌이고 있는데 이는 자기들만 살자는 짓”이라며 “대구 상황이 미디어에 노출될수록 수도권 선거는 힘들어진다”고 일갈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

[관련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