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화제] 비슷한 자세 다른 반응… 차별인가, 피해의식인가

미국 의류업체인 갭(Gap)의 광고를 놓고 인종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별 것도 아닌데 인종차별 딱지를 붙인다는 반론이 거세지면서 온라인에서는 논쟁이 한창이다.

6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갭의 아동복 브랜드 갭키즈는 최근 여자 어린이 4명이 등장하는 광고(왼쪽 사진)를 발표했다. 시비는 광고 속 키가 큰 백인 어린이가 키 작은 흑인 어린이의 머리에 팔을 걸친 장면 때문에 빚어졌다. 흑인을 팔을 걸치는 도구로 비하했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흑인 인권운동가 커스틴 웨스트 사발리라는 미국 흑인잡지 ‘더 루트’ 기고글에서 “흑인을 천하고 남을 위해 봉사하는 존재인 것처럼 보이게 한다”고 주장했다. 고의적인 인종 차별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인종 차별에 기여하는 ‘소극적(passive) 인종차별’이라는 전문용어까지 등장했다.

온라인에서 비난이 확산되자 갭은 사과와 함께 광고를 내리겠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광고 철회에 반발하는 여론이 확산됐다. 아무 일도 아닌 것에 ‘인종차별’ 딱지를 붙여 이슈화하는 게 더 나쁘다는 비난도 쏟아졌다.

흑인 영화감독인 매튜 체리는 흑인 어린이가 백인 어린이의 머리에 팔을 걸친 갭의 과거 광고(오른쪽 사진)를 공개하며 “이 광고도 인종 차별이냐”고 따졌다.

하지만 체리의 주장에 대해 “체리가 공개한 사진 속 백인 어린이는 당돌한 표정이라 인종차별 느낌이 없지만 이번 광고의 흑인 어린이 표정은 무기력해 보여 차별 느낌이 강하다”는 반박이 이어졌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