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조던’ LA레이커스 코비 브라이언트, 세월의 무게에 코트 떠날 준비

입력 2016-04-07 19:23

미국프로농구(NBA)에서 ‘농구 황제’로 군림했던 마이클 조던(53)은 2003년을 끝으로 코트를 떠났다. 2000년대 중반 이 농구 황제의 빈자리를 두고 수많은 선수들이 ‘포스트 조던’ 쟁탈전을 벌였다. 코비 브라이언트(38·사진), 빈스 카터(39), 트레이시 맥그레이디(37), 르브론 제임스(32) 등 슈퍼스타들이 돌아가며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들 중 가장 ‘포스트 조던’에 근접했던 선수는 브라이언트다.

브라이언트는 신장 198㎝의 날렵한 체형에 슈팅가드 포지션, 플레이 스타일까지 조던을 쏙 빼닮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조던 못지않게 인기를 누리며 NBA의 한 시대를 풍미한 슈퍼스타로 우뚝 섰다. 1996년 LA 레이커스에 입단해 한 팀에서만 프랜차이즈 스타로 활약한지 20년이 지났다. 이제 그는 정든 코트와의 작별을 준비하고 있다.

14일(한국시간) 레이커스의 홈코트인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열릴 예정인 유타 재즈와의 NBA 정규시즌 최종전은 브라이언트의 은퇴를 알리는 마지막 경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8일 기준 레이커스는 시즌 4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코비의 농구를 볼 수 있는 기회도 네 번 밖에 남지 않았다는 걸 의미한다.

브라이언트의 마지막 시즌에는 아쉬움이 가득하다. 레이커스가 16승 62패로 서부 컨퍼런스 최하위이기 때문이다. 플레이오프 탈락이 확정된 지 오래다. 그는 올 시즌 평균 28분여를 뛰며 여전히 매서운 득점력을 뽐내고 있다. 7일 LA 클리퍼스전에서는 17점으로 레이커스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올렸지만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그런 브라이언트가 은퇴를 결심한 건 부상 때문이다. 기량은 녹슬지 않았지만 몸에 과부하가 걸렸다. 세월 앞에는 장사가 없다더니 어느덧 30대 후반의 나이에 접어들면서 아킬레스건과 어깨 부상이 그를 괴롭혔다. 지금도 몸 상태는 정상이 아니다. 다음 경기에 뛰려면 ‘휴식만이 답’이라고 말할 정도로 좋지 않다. 스페인 농구리그 명문구단 바르셀로나의 영입 제의에도 손사래를 쳤다. 브라이언트는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은퇴를 결심했지만 농구 팬 앞에서 마지막 예우를 갖추기 위해 고통을 참고 출전을 강행하고 있다.

그는 ‘포스트 조던’답게 NBA 파이널 우승 5회, 최우수선수(MVP), 득점왕, 올스타 18회 출전, 올림픽 금메달 2회 등 화려한 업적들을 쌓았다. 브라이언트의 은퇴와 동시에 이 기록들의 숫자도 더 이상 변하지 않는다. 바스켓을 등지고서 어깨 속임수로 상대수비를 속인 뒤 쏘던 턴어라운드 페이더웨이 슛도 며칠 뒤면 볼 수 없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