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가 되면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호르몬의 감소이다. 그 중에서도 폐경이라는 극단적인 변화를 오게 하는 여성호르몬의 감소가 가장 극적이다. 여성 갱년기는 폐경 전후에 일어나는 신체적, 심리적 변화를 총칭해서 말한다. 한국 여성의 평균적인 폐경 연령은 만 49세 전후이다. 그러나 유전적인 요인,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폐경이 더 일찍 오기도하고 경우에 따라 50중반까지 생리가 이어질 수도 있다.
성경에서도 폐경을 경험하는 여인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아브라함과 사라는 나이가 많아 늙었고 사라에게는 여성의 생리가 끊어졌는지라”(창 18:11). 생리가 끊겼다는 것은 더 이상 생식의 기능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고 나아가 아브라함에게 한 후손에 대한 약속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음을 의미했다.
폐경이 된다고 해서 모두 갱년기 증상이 오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환자의 경험을 비추어 보면 약 3분의1은 갱년기 증상을 모르고 지나가고 3분의1은 약간 불편하지만 참고 지낼 만하며 약 3분의1은 심한 갱년기 증상을 호소하며 삶의 질이 급격히 떨어진 것을 경험한다. 주된 증상으로는 얼굴이 화끈해지고 가슴이 두근거리며 더위를 호소하는 혈관운동성 증상이다. 여기에 불면이나 우울증, 짜증이 자주 나고 하루에도 몇 번 바뀌는 감정의 변화 등 심리적인 증상을 호소한다.
발바닥이나 관절의 통증을 호소하기도 하고, 피부가 갑자기 나빠지고 머리카락이 빠지기도 하며 질 건조증이나 성욕저하 등을 경험하기도 한다. 50중반이 되어서는 요실금이나 골다공증 같은 갱년기 중기 증상을 경험하기도 한다. 이 모든 변화는 갑작스럽게 찾아오면서 본인이 제일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가족들, 특히 남편도 불안해지기는 매 한가지이다.
갱년기 증상의 가장 확실한 치료는 호르몬의 보충이다. 종종 환자들 중에는 60세가 될 때까지 호르몬에 의지하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폐경 되고 나서 1∼2년 정도만 보충해주면 된다. 마치 비행기가 경착륙하듯이 갑작스러운 호르몬 감소 상황을 적절한 호르몬 보충, 그리고 그 후 이어지는 대체여성식품을 통해 서서히 연착륙시키며 몸이 서서히 적응하게 하는 것이다.
초기 임상 연구들이 여성호르몬을 복용하면 유방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경고를 대중에게 각인시켜서 호르몬은 한때 기피 대상이 되었지만 후속 연구들을 통해 저용량의 단기간 호르몬 보충은 안전한 처방임이 밝혀졌다. 또한 승마추출물, 아이소플라본(대두) 등의 식물성 에스트로겐도 잘 활용하면 증상 완화를 안전하며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
무엇보다 갱년기를 통과하는 중년여성에게는 이 기간이 상실의 시기가 아니며, 폐경이라는 것을 완숙한 여인으로 성숙해져가는 징표로 건강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사라는 생리가 멈추는 폐경의 시기에 비로소 하나님의 은혜로 살아가는 법을 체득하였다. 잠시 몸은 쇠퇴하지만 내적인 속사람은 더욱 안정되고 강건하기를 바란다. 이것이 성공적인 노화의 필수 요건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낙심하지 아니하노니 겉사람은 낡아지나 우리의 속사람은 날로 새로워지도다”(고후 4:16)
김경철<차의과학대학교 교수>
[김경철의 닥터 바이블] 호르몬의 노화, 갱년기
입력 2016-04-08 1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