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 태어난 곳이 마구간이 아니라고? 신약시대 새로운 조명 화제

입력 2016-04-07 19:04
요즘 단연 화제인 책이다. 광야 사진을 앞세운 흙빛의 표지 커버나 687쪽 분량을 보면 영락없는 ‘벽돌 책’인데, 출간 열흘 만에 2쇄 인쇄에 들어갔다. 7일 현재 알라딘과 YES24 등 인터넷 서점 종교분야 베스트셀러 2위다.

저자 케네스 E 베일리(사진)는 이집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40여년간 이집트 레바논 이스라엘 등 중동에 머물며 성서를 연구하고 가르친 신약학자다. 초기 시리아어와 아랍어로 쓰여진 기독교 문헌과 중동 문화에 비춰 복음서를 읽어냈다. 또 수천년간 중동인이 써온 ‘평행법’이라는 특유의 수사법을 중요한 분석틀로 사용한다. “오늘날 고대와 현대 문헌의 풍성한 유산을 향유하는 아랍어권 그리스도인이 1000만명 넘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극소수”라는 그의 말처럼, 책에 등장하는 참고문헌이나 학자들 이름은 낯설다.

책은 첫 장부터 예수 탄생에 대해 우리가 품고 있는 이미지, ‘마리아와 요셉이 베들레헴에 도착했지만 여관에 방이 없었고, 누추한 곳에서 태어난 아기예수는 말구유에 눕혀졌다’는 이미지를 뒤집는다.

당시 팔레스타인의 흔한 시골집 구조는, 문을 열고 들어가면 다른 바닥보다 낮은 곳에 소와 나귀 등을 기르는 공간을 두고 그 위에 가족이 쓰는 방이 있었다. 특히 손님을 환대하는 문화가 있어 가족 방 뒤쪽이나 지붕 위에 별도로 손님방을 두기도 했다. 누가복음의 ‘여관’은 숙박업소가 아니라 당시 개인집마다 뒀던 바로 그 ‘손님방’을 의미한다.

결국 마리아와 요셉은 더러운 마구간이 아니라 어느 시골 농가에서, 손님방에 다른 손님이 머물고 있어 할 수 없이 집안에서 출산했다는 얘기다. 평범한 이들의 따뜻한 환대를 받는 가운데 아기 예수가 태어났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시각으로 보면 이야기를 에워싸고 층층이 쌓여온 해석의 신비가 벗겨진다”고 했다. 저자의 주장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없지 않다. 그렇다고 낮고 천한 곳으로 오신 예수 탄생의 본질적 의미마저 달라지는 건 아니다.

저자는 이렇게 예수 탄생을 시작으로 산상설교와 주기도문, 예수님의 사역과 다양한 비유를 중동의 문화에 비춰 풀어낸다. 그 시대 그 공간 속에 투영된 복음서는 낯설지만 한층 생동감 있게 다가온다. 목회자뿐 아니라 누가 읽어도 새롭게 복음서를 만날 수 있는 책이다. 김나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