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진경준(49) 검사장의 ‘주식 대박 스캔들’이 진화되지 않고 있다. 진 검사장의 120억원대 시세차익 이면에 학연과 인맥으로 얽힌 특혜 거래가 있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당사자들이 침묵 또는 서로 엇갈린 해명을 하면서 의구심은 커지는 양상이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진 검사장에게 부(富)의 증식 경위에 대한 소명요구서를 보냈다.
◇2005년 무슨 일 있었나=진 검사장은 2005년 상반기 넥슨의 비상장 주식 1만주를 매입했다. 외국계 컨설팅 업체에서 일하던 박모(49)씨와 김상헌(53) 네이버 대표, 신원이 특정되지 않은 여성 이모씨 등 3명이 함께 1만주씩 취득했다. 진 검사장은 이들을 ‘주식 매입에 동의한 친구들’이라고 칭했다.
공동 투자를 제안한 이는 박씨다. 캐나다 이민을 가는 제3자가 박씨에게 넥슨 보유 주식 4만주(0.92%) 매입을 제의했다고 한다. 김상헌 대표는 “주식 1만주를 주당 4만원대에 구입했다”고 말했다. 진 검사장도 비슷한 수준에서 거래했을 가능성이 크다. 주식 4만주 보유자의 신원은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다만 김정주(48) NXC 대표가 “주식 외부거래는 안 된다”고 강조할 만큼 보수적으로 지배구조를 관리했던 점에 비춰 주식 원보유자가 넥슨 관계자였거나 사주 일가와 관련 있는 인물일 개연성이 높다. 김정주 대표는 그해 10월 언론 인터뷰에서 “앞으로 상장하게 될 경우 우리가 하는 일을 더 잘 이해해주는 곳을 찾게 될 것”이라며 해외 증시 상장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넥슨 오너의 특혜 있었나=이들 공동 투자자는 김정주 대표와 학연으로 연결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김정주 대표와 진 검사장, 박씨는 모두 서울대 86학번 동기다. 세 사람이 IT 업계 관계자들과 만나는 자리에 종종 동석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진 검사장이 다방면에 관심이 많아서 IT쪽 인사들과도 두루 교류해 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상헌 대표도 서울대(82학번) 출신으로 진 검사장의 법대 4년 선배다. 진 검사장은 1998∼99년, 김상헌 대표는 99∼2000년 하버드 로스쿨에서 공부했으며, 박씨는 하버드대에서 생물물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헌 대표를 김정주 대표에게 소개해준 사람이 진 검사장이라는 주장도 있다. 김상헌 대표는 “진 검사장이 함께 투자하는 줄 몰랐다”고 주장했지만 이들의 친분 등을 보면 선뜻 수긍하기 어렵다.
박씨는 이후 2007년 3월∼2009년 3월 넥슨 지주회사인 NXC의 감사로 있었고, 2009년 12월부터는 넥슨이 투자한 입시 관련 사이트 운영에도 참여하고 있다. 김정주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될 만한 이력이다.
넥슨 주식 매입 가격을 놓고도 특혜 논란이 있다. 2005년 넥슨의 비상장 주식은 주당 10만∼15만원에서 거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주당 4만원대에 매입했다면 시가보다 3배가량 낮은 가격에 산 셈이다. 특히 당시 온라인 게임 ‘카트라이더’ 등의 흥행으로 넥슨은 손꼽히는 우량 비상장 회사였다. 일반 투자자 사이에서 ‘씨가 말랐다’는 말이 나올 만큼 주식 매입이 어려웠다.
진 검사장은 “매도자가 제시한 가격에 산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넥슨 지분 0.92%나 갖고 있던 매도자가 헐값에 넘긴 배경은 의문을 낳는다. 김정주 대표의 개입 내지 용인 없이 외부인의 주식 대량 매입이 이뤄졌을 가능성도 낮다는 게 중론이다. 한 검찰 간부는 “비위 여부와는 별개로 ‘그들만의 리그’에서 밀고 당겨주는 거래가 있지 않았겠나”라고 말했다.
◇윤리위, 진 검사장 소명요구=공직자윤리위는 진 검사장의 재산 관련 심사를 최우선적으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6일 진 검사장에게 소명요구서를 발송했다. 윤리위는 그동안 진 검사장이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추가 요구할 자료 목록을 추리는 작업을 해 왔다. 소명요구서에는 주식 구입 배경, 자금 출처 등 20여 가지 질문 사항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르면 한 달 내 조사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윤리위가 비위 혐의를 발견해 법무부 장관에게 조사를 의뢰하면 장관은 즉시 조사 지시를 내려야 한다. 법무부는 이날도 진 검사장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았다.
지호일 김준엽 기자 blue51@kmib.co.kr
학연·친분 얽힌 4인 ‘그들만의 리그’ 있었나…‘주식 대박 스캔들’ 진경준 검사장을 둘러싼 의혹들
입력 2016-04-07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