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양덕동에서 봉암동 쪽으로 해발 328m의 팔용산이 뻗어 있다. 옛날 이 산에 하늘에서 여덟 마리의 용이 내려왔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1530년)에는 반룡산(盤龍山)이라는 이름으로도 등장한다. 반룡산이 창원도호부에서 남쪽으로 7리에 있다고 기록돼 있다. ‘반’은 동쪽을 뜻하는데, 용마산(龍馬山)의 동쪽에 있는 산이라는 뜻에서 그 이름이 유래됐다고 한다. 점차 반룡이 판룡→팔룡→팔용으로 변한 것이다. 옛 마산과 창원의 경계였고, 지금은 통합 창원시의 도심 정중앙에서 허파 역할을 한다.
이 산이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크고 작은 1000여 기의 돌탑 때문이다. 양덕동에 거주하는 이삼용씨가 이산가족의 슬픔과 남북통일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1993년 3월 23일부터 쌓은 통일기원탑이다. 코끼리, 봉황, 잉꼬 등 기묘한 형상으로 돌탑군을 이루고 있다. 성황당돌탑, 아기돌탑을 지나 산기슭을 따라 걷다보면 돌탑군락지를 볼 수 있다. 돌탑을 쌓는 데에는 대형의 경우 3∼4개월이, 중형은 1주일 정도가 소요된다. 마이산 탑산사를 연상시킨다. 크기는 마이산의 것보다 작지만 탑을 만든 정성과 탑의 위용은 절대 뒤지지 않는다. ‘마산 9경’으로 꼽혀 전국적인 명소로 부상하고 있다.
팔용산돌탑입구공원에서 보면 매끈한 원뿔꼴 돌탑 3기가 반긴다. 이 곳에서 300m 정도 올라가면 ‘성황당 돌탑’을 먼저 만난다. 성황당 돌탑은 예고 없이 탑의 무리가 나타나면 당황할지 몰라 여기서부터 돌탑의 영지임을 알려 탐방객의 마음을 가다듬으라고 이르는 안내자 역할을 한단다. 성황당 돌탑을 지나 70여m를 더 올라가면 ‘아기돌탑’이 나온다. 아기돌탑은 그야말로 아기처럼 작은 돌탑이다. 탐방객이 마음의 준비 없이 돌탑을 구경 오면 수많은 돌탑이 놀랄까 봐 돌탑군에 어디서 누가 왔다고 소식을 전하는 연락병 역할을 한단다.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아기돌탑을 지나면 산을 오르내리는 데크길과 계곡길 방향의 갈림길이 나오는데, 계곡길로 들어서면 본격적인 돌탑군이 펼쳐져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길은 돌탑 사이 계곡으로 올라 산중턱 목재데크를 따라 내려오도록 안내한다. 내리막길 데크에 서면 아래로 쭉 펼쳐져 있는 돌탑군상을 한꺼번에 구경할 수 있다.
돌탑이 수난을 당하기도 했다. 2009년과 2011년 누군가 고의로 300여 기의 돌탑을 훼손한 것. 누가, 왜 돌탑을 망가뜨렸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이후 돌탑군락지 주변에 CCTV가 설치됐다.
일정이 여의치 않을 경우 돌탑만 구경하고 바로 하산해도 되지만, 팔용산 정상까지 올라보는 것도 좋다. 창원 시내 복판에 있어 등산로는 사통팔달이다. 시가지 곳곳으로 샛길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하지만 낮은 산이라고 절대 얕잡아 봐서는 안 된다. 골짜기가 넓고 길게 뻗어 있는데다 용이 꿈틀대듯 주능선 곳곳에 험한 암봉까지 이어져 고산준령의 풍모까지 느껴진다. 특히 해병대 유격훈련장과 암벽 등반지로 이용되는 상사바위의 날카로운 직벽은 동네 뒷산의 이미지를 단번에 날려버린다. 정상에 서면 시가지는 물론 산과 바다를 두루 조망 하게 된다. 장복산과 무학산이 선명하고 돝섬과 마산만도 한눈에 들어온다.
행암(行岩)철길마을은 진해만 동쪽 장천부두와 탄약부두 사이에 있다. 운행이 중단돼 녹슨 철길 옆에 도로가 나란히 지난다. 두 개의 길은 마을과 바다를 갈라놓는다. 둥글게 휘어진 긴 선착장은 부드러운 풍경으로 다가온다.
진해에서도 가장 오래된 어촌으로 꼽히는 행암은 10년 전까지만 해도 멸치잡이로 전성기를 누렸던 전통적인 어촌이었다. 1969년 옆 마을 장천에 비료공장이었던 진해화학이 들어섰다. 73년에는 탄약부두와 연결되는 철로가 놓였다. 이로 인해 어촌이었던 행암은 주거지역으로 성격이 바뀌었다. 행암에는 일 년 내내 전국의 낚시꾼이 몰려든다. 대부분 어부는 낚시꾼을 위해 배를 띄우는 뱃사람이 됐다.
바다로 튀어나가 있는 작은 바위곶의 허리를 목재데크 산책로가 반쯤 휘감았다. 산책로를 따라 바다로 나아가면 마을은 시야에서 사라지고 뱃머리의 정점과 같은 막다른 전망대에 이른다.
이밖에 마산합포구 덕동동에 위치한 사궁두미마을은 바로 앞에 조그만 섬인 막개도와 모개등대가 있어 아침 일출을 사진으로 담으려는 이들에게 인기다. 마산합포구청에서 차로 20분 정도 걸린다. 삼귀해안은 울창한 숲과 수려한 자연 경관이 조화를 이루는 곳으로 해안선을 따라 도는 일주로는 드라이브 코스로 인기다. 마창대교와 개구리섬이 보이는 용호마을에 주차를 한 뒤 산책코스로도 좋다.
창원=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