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민심’ 이탈에 직면한 여야는 총선을 일주일 앞두고 영호남 구애작전에 뛰어들었다. 새누리당은 6일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서 진박(진실한 친박근혜) 마케팅을 접고 무릎을 꿇는 사죄 유세를 시작했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삼성의 미래차산업을 광주에 유치하겠다는 깜짝 공약을 발표한 뒤 고개를 숙였다.
여야가 ‘산토끼’(부동층) 대신 ‘집토끼’(고정 지지층) 잡기에 나선 건 최근 영호남 지역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패색이 심상치 않아서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최근 여의도연구원 여론조사 결과 영남 지역 65석 중 확실한 우세는 50곳으로 집계됐다는 보고를 받고 충격에 휩싸였다. 15석이 위태롭다는 얘기다. 4년 전 19대 총선 때 새누리당은 영남 67석 중 63석을 싹쓸이했었다. 더민주에선 광주 8곳 전패 우려를 넘어 호남 28개 지역 가운데 20곳을 국민의당에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이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실제 대구·경북(TK)에선 탈당파 무소속 후보들과 오랫동안 지역에 공을 들여온 야당 후보들이 ‘기호 1번’을 위협하고 있다. 더민주를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홍의락 후보는 CBS 라디오에 출연해 “지난 30년 동안 대구시민들이 주야장천 새누리당을 밀어줬는데, 이제 잡은 고기엔 미끼를 안 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부산·경남(PK)에선 ‘낙동강 벨트’를 중심으로 한 야당 지지세가 동쪽으로 점점 확산되는 모습이다. 당초 새누리당은 부산 18곳 중에서 북·강서갑과 사상, 사하갑 3곳을 경합으로 봤지만 최근엔 북·강서을, 기장, 연제에서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당 관계자는 “이번 선거를 통해 대구와 부산에서 영남 패권주의에 대한 반기가 확연히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더민주는 광주 1곳, 전남 6곳, 전북 3곳 등 10개 지역에서 확실하게 우위인 것으로 자체 분석했다. 더민주는 호남 지지율이 바닥을 쳤고 곧 반등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지만 국민의당 지지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이 추세대로라면 국민의당이 호남에서만 20석을 가져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상황이어서 여야 모두 지지층 결집에 사활을 걸고 나섰다. 새누리당 대구·경북권 선거대책위원장인 최경환 의원과 대구 지역 후보 11명은 대구문화예술회관 앞에서 벌인 대규모 합동 유세에서 사죄의 의미로 무릎을 꿇었다. 이들은 “최근 몇 년간 이렇게 힘든 선거는 없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며 “위기 때마다 나라를 구한 그 마음 하나로 모아 다시 한번 새누리당에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더민주 김종인 대표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광주 경제 살리기 특별 기자회견’을 열어 5년간 일자리 2만개 창출을 약속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 대표는 국민의당을 겨냥해 “광주 일자리를 창출하고 예산을 확보하는 일은 더민주만이 할 수 있다. 작은 정당은 할 수 없다”고 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이번 주말 호남에 지원 유세를 가기로 했다. ‘문재인 비토론’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권지혜 최승욱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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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4-07 05: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