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연구, 인간의 능력 자만하는 ‘자기 우상 숭배’로 흐를 수도”

입력 2016-04-06 17:44
김동환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교수가 5일 서울 광진구 장로회신학대학교 강의실에서 ‘AI시대에서 하나님을 말하다’ 강연을 하고 있다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로 관심이 높아진 인공지능(AI)에 대해 신학적 담론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기독교사상문화연구원이 5일 서울 광진구 장로회신학대에서 개최한 ‘AI시대에서 하나님을 말하다’ 공개강좌다. 기독교 생명윤리와 테크놀로지시대의 기독교 윤리 등을 연구해온 김동환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교수가 강의자로 나섰다.

김 교수는 AI프로젝트의 발전 현황을 소개한 뒤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인간에겐 하나님처럼 그 스스로를 닮은 존재를 창조하려는 본성이 있다”면서 “이것이 첨단 테크놀로지인 AI프로젝트를 통해 표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간의 형상을 좇으려는 AI프로젝트의 방향은 결국 인간 자신의 능력을 자만하게 만드는 ‘자기 우상 숭배’를 향하고 있다는 점을 신학은 미리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프로 바둑기사들이 알파고를 ‘알사범’이라 부르며 따라한다는 뉴스가 나오는 세태에서 인간이 ‘AI’가 되고자 하는 시대를 예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AI는, 인간을 위협할 수 있는 ‘강한 AI’와 특정 목적을 위해 인간의 요구에 부합하는 수준의 지능과 능력을 지닌 ‘약한 AI’로 분류된다. 그는 “최근 알파고와 일본 감성 로봇의 개발 등을 보면 감성, 예술성, 창조성을 지닌 AI가 등장하지 못하리라고 확신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무엇보다 김 교수는 기존 인간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인간을 등장시키려는 ‘트랜스 휴머니즘’의 자기 초월 욕망에 주목했다. 인간이 하나님에 의해 창조됐다는 피조성에서 시작하는 것과 달리 트랜스 휴머니즘은 인간이 스스로 ‘트랜스휴먼’을 만들 수 있다는 극도로 인간중심적인 창조성에서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어 “특히 트랜스휴머니스트들은 의도적이리만큼 신 중심적인 인간이해를 비판하고 있다”며 ‘하나님의 개념은 압제적’이라고 주장하는 미래학자 맥스 모어를 예로 들었다. 김 교수는 “신학이 최소한 자기의 인간이해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이런 정면 도전과 비판에 대응하고 대답할 수 있는 신학적 담론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또 “인간의 수명을 최대한 연장해 ‘죽지 않는 것’을 꿈꾸는 시대가 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런 인간의 욕망은 선악과를 따 먹고 추방당한 인간이 다시 에덴동산에 찾아들어와 생명나무 열매까지 따 먹고 영생하려는 것에 빗댈 수 있다”며 “창조자 하나님에 대한 피조물 인간의 최고의 도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의 직후 ‘AI에게도 영혼이 있을까’ ‘AI도 죄성이 있나’ 등의 질문이 쏟아져 나왔다. 김 교수는 결국 기존의 인간론 근거는 무너지고 새로운 인간담론이 형성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간의 신체 부위 중 팔, 다리는 물론 심장까지 기술로 대체되는 시대에 남은 것은 ‘뇌’이며, 만약 뇌까지 나노칩으로 대체된다면 과연 이런 존재를 인간으로 부를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될 것이란 얘기다. 그는 “목회자와 신학자들이 AI프로젝트와 사회적 담론에 주목하면서 신학을 넘어 다전공, 다학제적인 연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