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바이오 ‘퍼스트 무버’ 가능성 봤다

입력 2016-04-06 18:23 수정 2016-04-06 18:24

셀트리온의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판매 승인은 우리 의약품이 세계시장에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하나의 의약품으로 조(兆) 단위 매출을 내는 일이 가시화됨에 따라 국내 바이오산업에서 경쟁도 가열될 것으로 예상된다.

6일 셀트리온과 제약업계 등에 따르면 램시마의 미 FDA 판매 허가는 바이오시밀러 제품으로 두 번째이고 그보다 더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는 ‘항체 바이오시밀러’로는 처음이다.

일반인에게 생소한 바이오시밀러는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합성의약품 복제약과는 다르다. 복제약의 경우 오리지널약의 화학식만 알면 비교적 쉽게 같은 효능을 내도록 만들 수 있다. 반면 바이오시밀러는 ‘살아있는 세포’를 이용해 단백질을 배양·정제해 생산한다. 세포 구조가 달라질 수 있어 완전히 동일한 약품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차범위 내에서 동등한 품질의 제품을 생산할 때 ‘바이오시밀러’로 인정된다. 미국에서 바이오시밀러 허가를 시작했다는 건 이제 막 시장이 열렸다는 뜻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전망이 밝은 시장에서 램시마가 선점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의약품 수출에서 효자 노릇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램시마는 류머티즘성 관절염과 강직성 척추염, 소아·성인 크론병 등 자가면역질환에 쓰인다. 고령화로 수요가 크게 늘 전망이지만 비용 부담으로 대체약을 찾는 사람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램시마의 판매는 국내 제약산업의 규모를 한층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램시마의 오리지널 제품인 존슨앤드존스사의 ‘레미케이드’는 세계시장에서 한해 98억8500만 달러(약 11조4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램시마는 이번 FDA 허가로 세계 71개국에서 판매가 가능해졌다. 김형기(사진) 셀트리온 대표이사는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유럽 매출액까지 포함하면 램시마 단일 품목으로 최대 3조원 매출을 올릴 수 있다”면서 “경쟁사에 앞서 개발 중인 다른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고려하면 10년 내 연 10조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 상장 제약사 90여곳의 매출을 다 합쳐도 20조원이 채 안된다.

다른 국내 바이오시밀러 제품 개발에도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 LG생명과학 등 업체들이 12개 품목에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