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수산시장, 문제는 ‘공간·임대료’

입력 2016-04-06 21:37 수정 2016-04-06 22:43
6일 서울 동작구 옛 노량진수산시장 건물 안에 이전을 반대하는 상인들의 요구가 담긴 글귀가 걸려 있다(위 사진). 현대화된 노량진수산시장의 내부 모습. 일부 상인들이 좌우에 입점해 있지만 군데군데 비어 있어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다. 김지훈 기자

노량진수산시장 신축 건물 이전을 놓고 수협중앙회와 노량진수산시장 비상대책위(비대위)의 갈등이 격해지고 있다. 신축 노량진수산시장이 지난달 16일 문을 열었지만 680여명의 상인 중 200여명만이 둥지를 옮겼다. 남은 이들은 여전히 이전을 거부하고 있다. 수협은 6일 “상인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반면 비대위는 “생존이 걸린 문제”라고 맞섰다. 지난 4일 비대위 관계자가 수협 관계자 2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경찰에 붙잡혔고, 지난 1일에는 상인 35명이 수협 측 용역직원이 탄 버스를 막으며 농성하다 업무방해 혐의로 입건됐다.

◇공간과 임대료 문제로 시작된 갈등=갈등은 5200억원 상당을 들인 신축 건물이 지난해 10월 완공되며 시작됐다. 대부분 상인은 신축 건물의 매장이 좁다고 주장했다. 기존 시장에서 상인들은 전용면적 1.5평과 일부 복도를 사용해 총 3.38평을 사용했다. 새로 지은 건물의 매장 면적은 1.5평이 전부여서 수족관이나 냉장고 등을 놓을 수 없다는 것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건물을 저런 식으로 지어놓고 들어가라고 하는데 어떻게 들어가겠는가.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라며 “수족관이나 냉장고도 놓지 못하는 곳에서 장사하라는 것은 영업하지 말라는 얘기다”라고 말했다. 수협은 “전용면적 1.5평은 현대화 전후가 같다. 상인들에게도 2012년 11월부터 안내한 내용”이라며 “기존 건물에서는 상점 앞 통로를 무단점유해 물건들을 내놓고 팔았다”고 반박했다.

상인들은 관리비와 임대료도 올랐다고 지적했다. 기존에는 50만원 수준이던 임대료가 신축 건물에서는 70만∼80만원으로 오른다는 것이다. 수협은 임대료는 상인회와 지난해 3월부터 합의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건물 폐쇄를 놓고 갈등 심화=수협은 안전검사에서 C등급을 받은 기존 건물에서 장사하도록 둘 수 없다며 지난달 16일 ‘철거 예정’을 통보했다. 지난달 21일부터 경비업체 직원을 배치했다. 비대위는 “전문가 자문 결과 C등급은 증축이나 리모델링도 가능하다”며 “용역들이 주차장을 막거나 건물에 빨간 글씨를 쓰며 자극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달 19일에는 수협 측이 일방적으로 19개 식당의 가스와 전기를 끊었다. 주말인데 손님도 못 받고, 상인들이 밥도 못 먹었다”고 말했다. 수협은 “기존 건물은 전선·가스 등의 배후시설이 열악해 언제든 안전사고가 날 수 있다. 예전부터 폐쇄 공지를 해왔다”고 설명했다. 용역 직원 배치에 대해서는 “배치한 이들은 모두 수협의 정직원”이라고 반박했다.

양측의 대립 골이 깊어지면서 해법은 보이지 않는 상태다. 지난달 갈등 해소를 위한 민관협의체 구성과 공청회 개최 문제가 논의됐다. 하지만 수협 측이 비대위가 요구한 건축 설계가 담긴 파일, 건물 용역보고서 등의 공개를 거부하며 무산됐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