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보험상품 개발이 자율화되면서 신상품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판매채널 위주의 양적 경쟁에서 상품·서비스 위주의 질적 경쟁체제로 전환됐다”는 금융 당국의 설명에 부합할 정도로 획기적인 상품들의 대결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에 이어 보장성보험 보험료까지 일제히 오른 탓에 “정부의 보험업 규제 완화로 업계가 차별화된 상품을 개발하기보다는 보험료 인상으로 수익을 내는 데 치중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올해부터 보험료 책정이 자율화됐고, 지난 1일부터는 보험상품 설계기준이 자율화됐다. 보험업계에서는 즉각 보험료 인상을 단행했다. 연초 자동차 보험료가 약 3%, 실손보험료가 20% 정도 올랐고, 이달부터 예정이율 인하로 생명보험사들의 보장성 보험료가 5∼10%가량 인상됐다. 예정이율은 보험사가 받은 보험료를 운용해서 얻을 수 있는 예상 수익률이다.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예정이율 인하로 이어졌다. 지난달 보험사들은 “4월부터 보험료가 오르니 얼른 가입하세요”라는 식의 절판 마케팅으로 상당한 판매고를 올렸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6일 “보험상품의 경쟁력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보험사들이 더 나은 상품을 내놓도록 하는 게 규제 철폐의 이유”라며 “보험료를 올린 사례도 있지만 언제까지나 가격을 틀어막을 수는 없고 경쟁체제를 도입해 자율화하는 게 금융개혁”이라고 밝혔다.
이달 들어 보험사들이 신상품으로 승부하고 있다. 완전히 새롭거나 파격적인 상품은 찾기 힘들다. 지난해 7월 ING생명이 첫선을 보인 저(低)해지환급형 종신보험과 올해 초 현대라이프생명이 내놓은 한방치료비 보장 건강보험을 벤치마킹한 상품들이 많다. 저해지환급형은 보험료 부담을 줄인 대신 중도해지할 때 돌려주는 돈이 상대적으로 적다.
변액보험의 신상품 출시가 그나마 활발하다. 교보생명이 지난 1일 출시한 ‘교보하이브리드변액종신보험’은 펀드 운용실적이 낮을 경우 일반 종신보험으로 전환하면 그동안 납입한 주계약 보험료를 보증해준다. 원금 손실 우려를 줄인 것이다. 푸르덴셜생명이 지난달 내놓은 ‘평생소득 변액연금보험’은 4주 만에 판매액이 100억원을 넘었다. 가입할 때 보험료를 한번에 내면 금리나 수익률과 상관없이 일정금액의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알리안츠생명의 ‘투자에 강한 변액연금보험’은 최저연금 적립금을 보증하지 않는 대신 고위험·고수익 펀드에 투자해 높은 수익률을 노린다.
소비자들은 어떻게든 보험료 부담을 줄이는 상품을 찾고 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자동차보험의 경우 온라인채널 비중이 커졌고, 주행거리에 따라 보험료를 깎아주는 마일리지 특약과 블랙박스 장착 특약의 가입이 크게 늘었다.
한편 금융위는 최근 국회를 통과한 보험사기 방지 특별법과 관련해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지체·거절할 수 있는 특별한 사유를 ‘수사기관의 수사가 진행 중인 경우’로 한정해 시행령에 반영키로 했다. 보험금 지급을 늦추거나 거절하는 데 특별법을 악용할 소지가 있다는 우려에 소비자 보호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보험업 규제 완화로 신상품 쏟아지는데… 질적 경쟁보다 보험료 인상 경쟁?
입력 2016-04-06 2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