父 조세회피에 궁지 몰린 캐머런

입력 2016-04-06 18:08

유명인사의 조세회피 자료가 담긴 ‘파나마 페이퍼스’가 공개된 뒤 아이슬란드 총리가 4일(현지시간) 사퇴한 데 이어 데이비드 캐머런(사진) 영국 총리가 사면초가의 위기에 몰렸다.

영국 언론 가디언은 5일 ‘위험에 처한 총리’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캐머런 총리가 각종 의혹에도 불구하고 극히 일부만 해명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핵심은 총리의 아버지가 조세도피처인 바하마에 세운 회사를 통해 총리 가족이 미래에 이득을 보느냐 여부”라고 지적했다.

파나마 페이퍼스에 따르면 캐머런 총리의 작고한 아버지 이안 캐머런은 바하마에 투자회사를 설립했고, 이 회사는 세금을 내지 않고 펀드를 운용했다. 일단 이 펀드 투자자들이 세금을 회피해 왔고, 향후 이 회사를 캐머런 총리 일가가 갖게 될 경우 역시 비난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된다.

캐머런 총리는 “우리 가족은 펀드에 투자하지 않았고 나도 그 회사 지분이 없다”고 주장했다. 해명에도 불구하고 국민은 “총리가 전부 다 까든가 아니면 닥쳐야 한다(put up or shut up)”고 요구하고 있다고 BBC방송이 전했다.

제1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당수는 “총리가 아버지 회사 관련 모든 자료를 공개하고 독립기관이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내가 먼저 내 세금 관련 기록을 다 공개할 테니 총리도 다 공개하라”고 압박했다.

이런 가운데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세금을 피하려고 본사를 외국으로 이전하는 것은 조세 시스템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라며 “의회가 이를 막기 위한 조치를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그는 또 미 제약회사 화이자가 아일랜드의 보톡스 생산업체 앨러간을 1600억 달러(약 186조원)에 인수한 뒤 본사를 아일랜드에 두려는 인수·합병(M&A) 안에 대해서도 “조세의무를 다하지 않으려는 시도”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재무부가 최근 강화한 조세회피 규제 등으로 화이자가 조만간 앨러간의 M&A 포기를 선언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