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플 알바(아르바이트) 할 사람?’
지난달 2일 서울 A대학의 인터넷 커뮤니티에 채플 대리출석자를 구하는 글이 올라왔다. 대리출석을 해줄 테니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 이야기하자는 댓글이 금세 달렸다. 이 학교 내규에는 ‘지정된 채플 시간에 대리로 출석한 때에는 당사자와 행위자의 당해 학기 채플 출석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
대부분의 기독사립대는 학생들이 일정 기간 채플을 이수해야 졸업할 수 있도록 학칙을 정해 놓았다. 불참자에게는 장학금이나 교환학생 선발 시 불이익을 주는 곳도 있다. 이 때문에 일부 대학에서는 몇 년 전부터 채플 대리 출석 아르바이트가 성행했고,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종교 자유’를 명분으로 내세워 채플거부 운동을 벌이는 경우도 있다.
채플에 대한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도가 낮다는 것은 기독사립대의 고민 중 하나다. 최근에는 학생들의 채플 참여를 유도하고 기독교 가치 체득을 돕기 위한 새로운 시도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교수가 학생들과 식사·공연관람 함께
목원대는 5년 전부터 교수와 학생의 소통에 중점을 둔 ‘알파 채플’을 운영하고 있다. 크리스천 교수 6∼7명이 1인당 학생 5∼6명을 담당하며 집으로 초대해 음식을 만들어주고, 토론, 공연관람 등을 함께하며 자연스럽게 기독교 교리를 전한다. 반응이 좋아 올해부터는 알파채플을 한 클래스 늘렸다. 안승병 목원대 교목실장은 “비기독교인 학생들에게는 예배형식에서 벗어나 기독교적 고유 용어의 사용을 자제하는 대신 기독교 세계관을 공유하는 기회를 제시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목회자 28명이 일대일 소그룹 채플 맡아
협성대는 지역교회 목회자와 일대일 관계를 맺도록 한 ‘소그룹 채플’을 진행하고 있다. 28명의 목회자들이 각 학과에서 학생들의 ‘멘토’가 되어 상담 등을 하면서 다음세대와 접촉점을 갖는다. 유성준 협성대 교목실장은 “비신자인 학생들이 소그룹 채플에 들어올 정도로 소그룹 채플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연세대는 2012년부터 채플을 일반·신앙·영어채플 3가지로 나눴다. 비기독교인을 대상으로 한 일반채플은 주로 강연형식으로 진행된다. 강사 대부분은 기독교 신앙을 가진 이들이지만 비기독교인이라도 기독교 가치를 공유한다면 특별히 초빙되기도 한다. 영어채플은 유학생과 영어에 관심 있는 학생을 대상으로 한다.
다소 파격적인 채플 프로그램을 연 곳도 있다. 성공회대는 지난달 10일 ‘승려와 함께 하는 채플’을 진행했다. 타종교에 대한 이해를 돕고 상생의 의미를 전하자는 취지에서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의 종교간대회위원장을 역임한 법현 스님이 강사로 나섰다.
성공회대는 토론채플, 연극채플, 시네마채플 등 20여 가지의 다양한 채플도 개설했다. 성공회대 교목실 관계자는 “기독교 신자 양성이라는 직접적인 선교보다 기독교적 가르침을 따르는 삶을 살도록 하는 에큐메니칼 선교관을 채플의 목적으로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명지대는 2014년부터 매주 공연과 메시지가 있는 채플을 열고 있다. 학생들이 조명, 무대디자인, 댄스 등의 분야에 자발적으로 참여해 매월 주제를 갖고 공연을 기획한다.
채플 만족도, 기독교 인성 함양에 영향
백석대 기독교학과 한만오 교수는 채플에 대한 만족도가 높을수록 겸손과 인내, 자비, 양선 등 기독교 인성을 더 많이 갖추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한 교수는 최근 백석대 학생 488명(비기독교인298명, 기독교인 190명)을 대상으로 최저 1점에서 최고 5점까지 매기는 방식으로 채플 만족도와 인성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채플 만족도가 높은 이들(평균3.12점)이 만족도가 낮은 이들(평균2.58점)보다 겸손·인내 및 양선·자비 등의 항목에서 각각 0.3점씩 높았다. ‘하나님에 대한 충성’ 항목은 0.6점 높았다. 한 교수는 “각 학교는 학생들의 기독교 인성 증진을 위해 채플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장 박상진(장로회신학대) 교수는 “흥미 위주 프로그램에만 집중하다가는 자칫 채플이 다원주의, 번영신학, 개인의 성공담과 같이 성경적 진리와 무관한 것으로 채워질 수 있다”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하더라도 복음전파라는 본질을 잃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이사야 김아영 기자
Isaiah@kmib.co.kr
‘기독대학 채플’ 더 다양하게 더 유익하게…
입력 2016-04-06 17:47 수정 2016-04-06 21: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