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을 청할 곳 없던 장애인인 제가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K-MOOC·케이무크)를 만나 더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었습니다.”
박해봉(64)씨의 낙은 부산 영도 고향집에서 밤하늘의 무수한 별을 바라보는 일이었다. 인문학과 과학을 통섭하는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뇌졸중으로 마비된 왼쪽 몸과 녹내장이 발목을 잡았다. 그러다가 동생 소개로 케이무크를 통해 연세대 손영종 교수의 ‘우주의 이해’를 비롯한 명문대 명강의를 듣게 됐다. 시간·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데다 무료였다. 그는 “과학 논문 공모전에 참여하거나 여러 아이디어로 헌신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희망을 ‘새 봄에’라는 글로 담아 케이무크 학습자 수기공모전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10월 시작한 케이무크 시범운영 결과를 6일 발표했다. 박씨처럼 몸이 불편한 장애인, 물리적 한계가 있는 해외근로자, 전공과 다른 직무를 맡은 신입사원 등 6만6000명이 케이무크를 통해 배움에 대한 갈증을 풀었다. 서울대 등 10개 대학이 총 27개 강좌를 선보였다. 지난 2월 말까지 방문 69만건, 강좌 평균 수강생 2400명을 기록했다.
최고 인기 강좌는 서울대 이준구 교수의 ‘경제학 들어가기’(7630명)였다.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AI) 알파고 대국 영향으로 한국과학기술원(KAIST) 김기응·오혜연 교수의 ‘인공지능 및 기계학습’에 4번째로 많은 수강생(4524명)이 몰렸다. 수강생 만족도는 평균 4.10점(5점 척도)으로 고르게 높았다.
지난해 강좌 중 23개가 올해 1학기에도 이어지고 있고 나머지는 2학기에 운영된다. 이달 중 연세대 전 총장인 정갑영 교수의 ‘경제학 첫걸음 PART1: 미시경제학’ 등 10여개가 추가된다. 교육부는 올해 신청한 41개교 중 10곳을 추가로 선정해 9월에 총 20개 대학 60여 강좌를 서비스할 방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수 결과를 대학 학점이나 재직자 교육훈련으로 인정하거나 취업과정과 연계하는 등 다양하게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전수민 기자
장애인·해외근로자 등 6만6000명, 온라인 공개강좌로 배움의 갈증 풀었다
입력 2016-04-06 18:19 수정 2016-04-06 2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