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영화 ‘시간이탈자’서 1인2역 연기 임수정 “시간 초월 두 남자에게 사랑받는 역할 욕심 났죠”

입력 2016-04-06 20:12
영화 ‘시간이탈자’의 주연배우 임수정. 6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시대를 뛰어넘어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스릴 있게 그린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호호호비치 제공

배우 임수정(34)은 귀여우면서도 강단이 있는 이미지를 가졌다. 속삭이듯 조용하게 얘기하면서도 목소리를 높여야 하는 대목에서는 열정적이다. 그리고 연기에 대한 욕심이 엄청 많다. 오는 13일 개봉되는 감성 스릴러 ‘시간이탈자’(감독 곽재용)는 임수정의 매력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영화다. 1983년과 2015년, 30여년의 세월을 오가는 주인공으로 1인 2역을 맡았다.

6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인터뷰 내내 상큼한 미소를 지었다. “두 가지 배역을 맡은 건 행운이에요. 각기 다른 시대에 사는 두 남자의 사랑을 받으니 욕심이 날 수밖에요.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재미있겠다는 느낌이 오더라고요. 닮기도 하고 다르기도 한 두 캐릭터를 연기하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즐겁고 행복하게 촬영했어요.”

‘시간이탈자’는 1983년 고교 교사 지환(조정석)과 2015년 강력계 형사 건우(이진욱)가 우연히 꿈을 통해 기억을 공유하면서 각각의 연인에 얽힌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을 그렸다. 형식은 스릴러이지만 내용은 영원한 사랑에 관한 로맨스다. 임수정은 지환의 연인인 같은 학교 교사 윤정과 건우의 여자친구이자 역시 고교 교사인 소은을 동시에 연기했다.

소은은 현재 모습대로 보여주면 되지만 윤정은 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힘들었을 것 같다. “83년도에 저는 애기였어요. 아날로그 시대의 감성을 드러내기 위해 당시 헤어스타일을 하고 의상도 신경을 많이 썼지요. 교사 연기를 위해 학교 세트장에 들어섰을 때 책걸상이 놓여있는 걸 보고 학창시절의 추억이 떠오르면서 금세 익숙해지더라고요.”

그는 극 중 극한상황에 처한 장면에서도 예쁘게 나온다. “감독님이 어떤 상황에서도 예쁘게 찍어야 한다는 거예요. 살인범으로 보이는 남자에게 납치돼 탈출하는 장면에서도 치마를 입어야 한다고 했어요. ‘바지 입으면 안 돼요?’라고 여쭤봤지만 ‘치마가 좋겠다’고 해서 초겨울 살수차를 맞으며 맨발로 뛰느라 고생 좀 했지요. 지금 보니까 리얼하게 잘 나온 거 같아요.”

그동안 앙증맞은 캐릭터로 멜로 영화에 주로 출연한 그는 완전히 망가지는 험한 역할이나 1930년대 시대극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차이나타운’의 김혜수 선배 너무 멋있지 않아요? 한복 입고 나오는 사극 말고 ‘암살’ 같은 시대극도 좋고요. 들어오는 시나리오가 지금까지 로맨스 위주였으나 앞으로는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요.”

그러면서 캐스팅에 대해 한마디 했다. “배우가 미리 정해지는 게 아니라 오디션을 봤으면 좋겠어요. 작품만 좋다면 저도 기꺼이 참가할 거예요. 실력을 겨뤄 배역을 정하면 되잖아요.” 그의 향후 목표는 일생일대의 대표작을 만드는 것이다. 그는 “대중과 평단이 호평을 하고 흥행 스코어도 1000만을 돌파하는 작품이죠. 제가 너무 욕심이 많은 건가요?”라며 웃었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