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조미료 ‘미원’으로 한국 식품문화의 새 장을 연 임대홍(사진) 대상그룹 창업주가 5일 별세했다. 향년 96세.
대상그룹 관계자는 6일 “임대홍 창업회장이 서울 강북 삼성병원에서 5일 오후 8시57분쯤 노환으로 별세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1세대 기업인인 임 회장은 ‘발효박사’로 불릴 만큼 식품 연구가로 인정받았다.
1920년 전북 정읍에서 5남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임 회장은 이리농림학교 수의축산학과를 졸업했다. 고창 군청 공무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광복 이후 정읍에서 피혁공장을 열고 모피사업을 했다. 6·25전쟁 이후 무역업으로 사업을 확대한 그는 일본 상품 중 조미료 ‘아지노모토’에 관심을 갖고 55년 일본으로 건너가 1년여간 감칠맛을 내는 글루탐산 제조 방법을 배웠다. 이듬해 1월 한국 최초의 조미료 공장인 동아화성공업주식회사를 세우고 6월 미원을 공식 상표로 등록했다. 70년대부터는 인도네시아 일본 홍콩 등 해외로 진출했으며 80년대에는 조미료 외에도 각종 장류와 냉동식품, 육가공식품 등을 생산하는 종합식품기업으로 성장했다.
임 회장은 87년 그룹회장직을 장남인 임창욱 현 명예회장에 물려준 뒤 2000년대 초반까지 고추장, 된장 등 전통 장류에 대한 연구를 계속해 왔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아 ‘은둔형 경영자’로 불렸던 임 회장은 근검절약한 기업인으로도 유명하다. 출장 갈 때는 새마을호를 타지 않았고, 잠도 모텔이나 여관을 고집했다. 또 서울 시내에서는 전철 등 대중교통을 애용했다. 구두도 한 번에 두 켤레 이상 가져본 적이 없다는 에피소드도 전해진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8일 오전 7시, 장지는 전북 정읍 선영이다. 유족으로는 아들인 임창욱 대상 명예회장과 임성욱 세원그룹 회장, 딸 임경화씨와 사위 김종의 백광산업 회장, 손녀인 임세령, 임상민 대상 상무 등이 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
임대홍 대상그룹 창업주 별세… 국민 조미료 ‘미원’ 감칠맛 나게 뿌린 은둔형 경영자
입력 2016-04-06 19:57 수정 2016-04-06 2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