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총선 60세 이상 유권자가 전체 유권자의 4분의 1에 육박하면서 여야 각 당이 ‘노인 표심’ 공략에 사활을 걸고 있다. 노인층을 겨냥한 복지 공약을 봇물처럼 쏟아내고 있지만 ‘공약(空約)’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의 대체적 평가다. 여야가 공통으로 내놓은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역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기초연금 더 드리겠다” 與·野 한목소리=이번 총선 60대 이상 유권자는 4년 전에 비해 167만명 늘어난 983만여명으로 전체의 23.4%에 달한다. 50대 유권자도 19.9%(837만여명)로 두 그룹을 합하면 전체의 절반에 가깝다. 여야를 막론하고 노인 공약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노인 표심을 먼저 자극한 것은 더불어민주당이다. 더민주는 총선 1호 공약으로 현재 65세 이상 하위소득 70%에게 10만∼20만원씩 차등 지급하던 기초연금을 2018년까지 30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차등 없이 20만원의 기초연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고, 국민의당도 하위소득 70% 노인들에게 20만원을 전액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그러자 새누리당도 지난 3일 당초 공약집에 없던 기초연금 확대를 발표했다. ‘노후대책이 없는 노인’(65세 이상 인구의 약 50%)에게 월 40만원의 기초연금을 지급해 ‘선별적 복지’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또 노인복지청을 신설해 노인복지 업무를 일원화하고 노인복지센터인 ‘시니어행복센터’를 전국에 33곳이나 건립하겠다고 했다. 또 현재 1만5000원인 노인층의 의료비 정액제 기준을 2만원으로 인상해 의료비 부담도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더민주도 노인층의 만성질환 약값 본인부담금을 절반 수준으로 낮추고, ‘불효방지법’을 제정해 노인들의 권익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국민의당은 공공 노인장기요양보험 대상자 2배 확대를, 정의당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의 부양 의무자 기준을 폐지해 노인 빈곤을 해소하겠다고 각각 약속했다.
문제는 재정이다. 각 정당의 노인 공약을 모두 실천하려면 20대 국회의원 임기 4년 동안 200조원 이상의 재원이 필요하다는 추산이 나온다. 그런데 각 당의 재원 마련 방안은 세수 증가분 활용(새누리당), 법인세 인상 및 국민연금 활용(더민주), 불요예산 감축(국민의당) 수준이라 구체성이 떨어진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이광재 사무총장은 “공약집에도 없던 기초연금 공약을 꺼낸 여당이나 공약 우선순위도 밝히지 않은 야당 모두 실천 의지가 없어 보인다”며 “여야가 공약한 지역의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예산만 200조원 가까이 되는데 무슨 돈으로 노인 공약을 실천하겠느냐”고 지적했다. 또 새누리당의 노인복지청 신설 공약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전신인 한나라당의 공약이라는 점에서, 더민주의 ‘불효방지법’ 제정은 지난해 이미 이슈화됐다는 점에서 둘 다 ‘재탕’이다.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하겠다는데…=야3당의 의료분야 핵심 공약은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이다. 현재 재산, 자동차, 성, 연령 등 복잡한 기준의 부과체계를 소득 기준으로 단일화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를 통해 저소득층의 보험료 부담을 줄이고, 고소득층의 ‘무임승차’를 해소해 ‘송파 세 모녀 사건’의 재발을 막겠다는 취지다. 더민주는 여기에 정부가 담뱃값 인상 수입 증가분 가운데 1조5000억원만 건보에 지원했던 것을 2조5000억원으로 늘리겠다고 했다. 국민의당은 민간의료보험법 제정으로 실손의료보험료 인하를 약속했고, 정의당은 민간의료보험을 규제하겠다고 했다.
새누리당은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 문제는 장기적으로 접근하겠다는 입장이다. 우선 저소득 지역가입자의 자동차나 재산 등을 대상으로 한 평가소득을 폐지하고 소득이 없거나 소득 자료가 파악되지 않는 세대를 위한 ‘최저보험료’를 도입해 세대당 평균 1만원 안팎의 인하 효과를 내겠다고 했다.
그러나 임대수입 등 지역가입자의 소득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상황에서 소득 중심의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다.
새누리당은 고소득층 보험료 부과 강화 방안을 제시하지 않아 부유층의 눈치를 살핀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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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4-06 19:39 수정 2016-04-07 0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