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주의 목회자 존 파이퍼 목사 “남의 설교 베끼는 것은 명백한 죄악입니다”

입력 2016-04-06 17:58

“성도들은 남의 설교를 베끼는 목회자를 우려한다.”

미국의 대표적 복음주의 목회자인 존 파이퍼(70·사진) 목사가 목회자들의 설교 베끼기를 이같이 꼬집었다. 파이퍼 목사는 4일 자신의 사역단체인 ‘디자이어링갓(desiring God·dG)’ 팟캐스트 방송에서 한 여성 신자가 “우리 교회 목사님은 설교 사이트에서 제공한 설교를 그대로 사용한다. 성도의 한 사람으로서 우려해야 하는가”라고 묻자 “매우 그렇다. 성도들은 ‘중고(secondhand) 설교’에 대해 걱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파이퍼 목사는 그러면서 “진정한 설교는 다른 사람이 만난 하나님 말씀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설교자) 개인이 만난 하나님 말씀을 강한 트럼펫으로 소리를 내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어 “설교는 하나님 목소리의 울림(echo)이어야 하지, 하나님 목소리의 울림을 또다시 울리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미국에는 설교나 예화 자료를 판매하는 유료 사이트가 많다. 많은 목회자들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는데 일부 목사들은 여기서 구입한 설교를 그대로 사용한다. 파이퍼 목사는 “남의 설교를 자신의 설교처럼 사용한다든가 설교의 윤곽(outline)을 사용하는 것도 안 된다”며 “표절은 명백한 죄악”이라고 말했다. 그는 “설교는 목회자가 생각한 것을 정리한 글이 아니다”며 “설교 역시 예배 행위의 하나이며, 거룩한 하나님의 말씀을 엄중하게 다루는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디모데후서 4장 2절에 등장하는 ‘말씀을 전파하라’의 ‘전파하라(preach)’는 ‘가르치다(teach)’는 의미보다 ‘말해진 것을 전달하고 환희하는’이란 뜻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이런 의미에서 그는 설교란 ‘강해(expository)’가 아니라 ‘강해 환희(expository exultation)’라고 정의했다. 환희에 대해서는 “목회자가 자신이 설명하고 있는 내용에 결코 무관심하지 않다는 뜻”이며 “설교자는 말씀 앞에 압도돼 영광을 돌리며 말씀을 통해(through), 말씀 안에서(in) 예배한다”고 했다.

그는 “남의 것을 베낀 설교는 교회 신자들을 위한 설교가 아니다. 목사들은 자신의 양무리를 위해 말씀을 직접 연구해야 한다”며 “성경의 텍스트를 붙잡고 고민하라”고 덧붙였다.

파이퍼 목사는 2013년까지 미네소타주 베들레헴침례교회 담임목사를 지냈으며 지금은 dG에서 다양한 신학·신앙적 문제를 강론하고 있다. 조너선 에드워즈와 존 오웬 등 미국 청교도 신학을 계승한 대표적 목회자로 꼽힌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