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한옥마을의 웃음 전도사 “어르신 포도대 떴다고 전해라∼”

입력 2016-04-06 20:53
전주한옥마을 어르신 포도대원들이 지난 2일 태조로에서 한복을 입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요청에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전주시 제공

“여봐라. 꼼짝 말거라….”

전국 각지는 물론 외국에서도 관광객이 지난 2일 전북 전주한옥마을에 몰려들었다. 포도대장과 포졸 복장을 한 노인들의 호령에 한바탕 웃음이 터져 나왔다. 몇몇은 이들에게 다가가 함께 사진을 찍자고 요청했다.

‘전주한옥마을 어르신 포도대’. 나이 지긋한 노인들이 나선 어르신 포도대가 관광객들에게 새로운 볼거리와 재미를 주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 포도대는 지난해 9월 시작됐다. 전주시가 노인 일자리 제공과 관광 콘텐츠 확보를 위해 도입했다.

시는 65세 이상 노인들 가운데 50명을 선발, 매주 금∼일요일(오전 9시∼12시) 포도대장과 포졸 옷을 입고 한옥마을 일대를 순찰하며 질서를 유지토록 했다. 또 관광객들과 사진도 찍어주며 친근함과 볼거리를 주도록 했다. 이들 대원들에겐 한 달에 20만원씩의 활동비가 지급됐다.

지난해 3개월간의 시범운영에 관광객 호응과 참여 노인들 만족도가 높아지자, 시는 올해 3월부터 사업을 확대했다. 당초 2개조로 나눠 순찰 활동과 기념 촬영에 중점을 두었던 방식에서 벗어나 7개조로 세분화했다. 대원들은 관광객들과 함께 윷놀이와 투호를 하고 왕(王)신 신고 제기차기, 활쏘기, 알까기, 향교에서 보물찾기 등 다양한 이벤트를 갖는다. 또 운영 시간도 목·금요일(오후 1∼4시)과 토요일(오전 9∼12시)로 변경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사업에 참여한 양봉준(68)씨는 “뭔가 일을 하게 돼 좋다. 누군가가 나랑 사진 찍자고 한 것이 처음이다. 다들 좋아해 줘서 재밌고 좋다”고 말했다.

전주시는 이들 프로그램이 관광객에게는 옛 전통을 알리고, 어르신들에게는 사회참여를 통해 추억을 살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더불어 전주가 새로운 콘텐츠 확보로 ‘세계 속의 관광도시’로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올해는 11월까지 9개월간 운영한다”며 “경험 많은 어르신들의 일자리도 제공하고 한옥마을을 찾는 분들에게 좋은 추억거리를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