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돌린 백인 저소득층… 트럼프 추락 시작됐나

입력 2016-04-06 18:06 수정 2016-04-06 21:36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주자인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이 5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행사에서 지지자들의 환호에 손을 흔들고 있다. 그는 이날 위스콘신주 프라이머리에서 승리해 앞으로 ‘트럼프 돌풍’을 잠재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왼쪽). /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주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5일(현지시간) 와이오밍주 래러미에서 유세하던 중 위스콘신주 경선 승리 소식을 전해 듣고 지지자들에게 불끈 쥔 주먹을 들어 보이고 있다. 와이오밍에서는 9일 경선이 열린다(오른쪽). AP뉴시스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의 대선 경선 후보인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위스콘신에서 발목이 잡혔다. 5일(현지시간) 위스콘신에서 실시된 공화당 경선에서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득표율 48.3%로 트럼프(35.1%)를 누르고 승리했다. 민주당에서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득표율 56.4%로 클린턴(43.2%)에게 이겼다.

2위 주자들의 승리로 경선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드는 양상이다. 특히 대세론이 흔들리는 트럼프 측은 비상이 걸렸고, 기세등등해진 샌더스 측은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확정되는 전략까지 세웠다.

◇공화당 주류는 중재전당대회 논의=위스콘신에서 실패한 트럼프는 전당대회 전까지 대의원 과반(1237명)을 자력으로 확보할 가능성이 더욱 희박해졌다. 미 언론은 트럼프가 첫 경선이었던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크루즈에게 진 이후 가장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고 평가했다. 위스콘신은 백인이 88%인 데다 공화당 유권자의 57%가 대학 졸업장이 없고, 지역경제는 침체된 곳이다. 그만큼 트럼프가 선전할 조건을 골고루 갖췄다.

트럼프의 패배는 ‘안티 트럼프’를 기치로 내건 공화당 주류의 결집과 ‘낙태여성 처벌’ 발언 및 캠프 관계자의 여기자 폭행 같은 실책이 맞물린 결과다. 스콧 워커 전 위스콘신 주지사가 경선 탈락 후 크루즈 지지를 선언했고, 지역방송도 일제히 트럼프 반대운동에 가담한 것도 영향을 줬다. 트럼프에 비판적인 공화당의 일인자 폴 라이언 하원의장의 지역구도 위스콘신이다.

트럼프가 대의원 과반 확보에 실패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전당대회 준비기관인 공화당전국위원회(RNC)는 워싱턴DC 당사에서 회의를 갖고 중재전대 개최 방식을 논의했다. 공화당은 7월 전대까지 대의원 과반을 확보한 후보가 나오지 않을 경우 중재전대를 열어 투표로 후보를 선출한다. 회의는 위스콘신 경선 몇 시간 전에 개최돼 공화당 주류는 이미 마음이 중대전대에 가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캠프는 전략 재정비에 나섰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가 구체적인 공약 이행 방안을 설명하거나 정제된 면모를 드러내는 데 주력키로 했다고 전했다.

◇샌더스 전대서 역전 전략=샌더스는 이날 승리로 최근 6개주 경선에서 모두 클린턴을 꺾었다. 지난달 ‘슈퍼 화요일’과 ‘미니 슈퍼 화요일’을 거치며 사그라지는 듯하던 ‘샌더스 열풍’이 다시 점화된 것이다.

샌더스가 승리한 데는 일자리 불안과 불평등 메시지가 먹혔기 때문이다. 러스트 벨트(쇠락한 중북부 공업지대)를 대표하는 위스콘신에서 반무역 정서에 호소해 유권자의 호응을 얻었다. 또 백인 유권자의 표심이 크게 작용했다. NYT는 “백인의 3분의 2가 진보층이고 경제와 소득불평등이 이들의 가장 큰 우려”라며 “젊은 백인 근로자들이 샌더스를 지지했다”고 보도했다.

샌더스는 여세를 몰아 전대에서 역전하는 전략을 세웠다. 샌더스 캠프의 선거전략가 제프 위버는 MSNBC와의 인터뷰에서 “남은 경선에서 대부분 승리하면 전대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서 “우리의 목표는 전대에서 후보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은 경선에서 꾸준히 이겨 클린턴을 지지한 슈퍼대의원을 설득, 마음을 바꾸게 할 계획이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