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시험 응시생(공시생)이 정부서울청사에 있는 인사혁신처 사무실에 수차례 침입해 시험 합격자 명단까지 조작한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중앙정부와 공무원들의 보안 불감증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줬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6일 경찰청과 인사혁신처 등에 따르면 ‘2016년 국가공무원 지역인재 7급 필기시험’에 응시한 송모(26)씨는 지난달 초 정부서울청사 1층 체력단련실에 들어가 공무원 신분증 3장을 훔치고, 이 신분증을 이용해 6차례나 정부서울청사를 휘젓고 다녔다. 송씨가 공무원 신분증도 없이 체력단련실에 침입해 신분증 여러 장을 훔칠 만큼 청사 보안 상태의 허술함을 드러낸 셈이다. 공무원 신분증을 도난당한 공무원들이 제때 조치를 취했으면 송씨의 범행을 막을 수 있었을 텐데 큰 아쉬움이 남는다.
송씨는 필기시험 전에 인사혁신처에서 시험지를 훔치려다 실패하자 범행 방법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송씨는 지난달 24일부터 27일까지 세 차례 인사혁신처 채용관리과 사무실에 들어가 공무원들의 컴퓨터를 조작해 자신의 이름을 필기시험 합격자 명단에 추가하고 유유히 사무실을 떠났다. 송씨가 인사혁신처 채용관리과를 들락날락하면서 출입문 비밀번호와 담당자 컴퓨터 비밀번호를 쉽게 해제한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경찰은 “송씨가 인터넷에서 비밀번호를 풀 수 있는 프로그램을 확보해 범행한 것으로 진술했다”고 말했다. 보안 전문가들은 마이크로소프트 윈도가 아닌 새로운 운영체제를 연결하면 비밀번호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컴퓨터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송씨가 악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해킹 전문가도 아닌 송씨가 이렇게 손쉬운 방법으로 정부 컴퓨터를 뚫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이 정도로 정부의 보안 시스템이 무력하다는 사실에 벌린 입을 다물 수 없다.
송씨의 범행 과정을 보면 국무총리와 부총리 등 국무위원들의 집무실이 있는 정부서울청사와 정부의 인사 분야를 총괄하는 인사혁신처의 보안 태세가 얼마나 허술한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청사 경비와 방호, 전산장비 보안, 당직근무 등 정부청사의 보안관리 시스템에 구멍이 숭숭 뚫린 것이다. 그동안 정부가 자랑해온 세계 제1의 전자정부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지경이다. 송씨가 정부서울청사를 수차례 침입한 때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청와대 공격 발언으로 전국에 경계강화 지시가 내려진 시기였다. 경비가 강화된 시점에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터졌는데, 평시에는 어떨지 국민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감찰에 들어간 정부는 문제점을 낱낱이 파악해 보완하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사건 관련자들을 엄중 문책하기 바란다. 경찰은 송씨를 도운 공범이 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사설] 公試生에게 농락당한 정부청사방호와 정보보안
입력 2016-04-06 17:38 수정 2016-04-06 2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