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이건영] 교회 내 ‘갑질’,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입력 2016-04-06 18:52

요즘 어느 회장의 ‘갑질’ 사건이 국회의원 선거운동만큼 뉴스거리가 되고 있다. 복음성가에 ‘죄와 전쟁은 끝이 없네’라는 가사처럼 ‘금수저’ ‘다이아몬드수저’들의 갑질은 끝이 없다. 그들은 왜 그렇게 서슴없이 갑질을 하는 걸까.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주된 원인은 사람과 사회를 향한 ‘무책임이냐’ 또는 ‘무한책임이냐’의 싸움에서 패배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패배의 원인은 대부분 돈과 명예, 그리고 술에 있다.

그렇다면 교회 내에는 갑질이 없을까. 언뜻 보면 없는 것 같으나 실은 교인들 간에도 갑질이 존재한다. 갑질하는 교인들이 많은 건 아니지만 그 파장은 크다. 그리고 그 나쁜 영향력이 결국 한국교회를 병들게 하며 이단들이 득세하는 데 힘이 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목회하면서 보니 교회에 들어와 예수님 때문에 시험 들어 떠나는 신자는 보지 못했다. 그런데 교회 안에서 갑질하는 사람들 때문에 상처를 받아 떠나거나 아예 타종교로 개종하는 경우는 여럿 봤다.

등록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교인이 열심히 봉사하면 “굴러 들어온 돌이 박힌 돌 빼려 한다”며 갑질을 한다. 전도는 하지 않고 도리어 전도되어 온 교인을 내쫓는 것이다. 열심히 예배드리며 섬기는 사역에 힘쓰는 교인에게 “너무 열심 내지 마. 임직투표 의식하는 게 눈에 보여”하면서 갑질을 하기도 한다.

교회 내에도 영화관처럼 지정석이 있는지 “일어나세요. 이 자리는 오랫동안 내 자리였는데 감히”라고 화를 내기도 한다. “나와 우리 가족이 교회에 낸 헌금이 얼마나 많은데 이래도 되는 거야”하며 회의 때 발언을 독점하거나, 자신의 의견을 거의 성경 수준으로 여기며 대화와 타협을 거부하는 행태도 있다.

갑질 중 갑질은 교회학교 청소년들을 향해 지나친 언어폭력을 일삼거나 모욕감을 주는 행위다. 이들은 지금의 학생들이 좀 말썽쟁이로 보일 수는 있지만 때가 되면 주님의 귀한 일꾼으로 성장한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이런 갑질을 하는 사람들은 예수를 영접하고 한 교회에 오래 출석했지만 성품은 거의 변화하지 않은 ‘교회 내 불신자들’이다. 물론 자신들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항변한다.

교회 내 갑질에 대한 하나님의 마음은 어떠실까.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은 그들의 변화를 기다리기보다 나 자신이 먼저 책임 있는 언행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하나님은 희망 없어 보이는 인간들을 결코 포기하기 않고 무한책임을 지는 결단을 내리셨다. 하나님의 무한책임의 증표는 바로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대속을 통한 죽으심이었다.

물론 나 자신도 감정조절능력 부실로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과 상황들 앞에서 하나님처럼 무한 책임을 지는 초심과 열심 그리고 뒷심이 여일(如一)하지는 않다.

진정한 크리스천이라면 자신이 하나님 아버지의 자녀라는 것을 상기하면서 무한으로 책임지는 척이라도 해야 한다. 척이라도 하면 성령께서 우리를 앞서 가시며 하나님을 닮아가고자 하는 무한책임의 과정을 이끌어주실 것이다.

지금은 ‘나 하나쯤이야’하는 생각보다는 ‘나 한 명이라도’라고 말하는 책임감 있는 교인이 더 절실한 상황이다. 하나님은 소돔과 고모라 성을 향한 분노의 심판 앞에서도 극소수라도 책임감을 감당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성을 멸하지 않겠다고 언약하신 분이시다. 이런 한 사람 한 사람들을 통해 한국교회의 추운 겨울이 봄기운 속에서 멀리 물러가는 것을 보는 기쁨이 있기를 소망해 본다.

이건영 목사 (인천제2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