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6일 열세인 광주의 분위기를 뒤집기 위한 승부수를 띄웠다. 삼성의 미래차산업을 광주에 유치해 5년간 일자리 2만개를 만들겠다고 특별 기자회견을 통해 공약한 것이다. 그의 회견은 광주 서을에 출마한 삼성전자 전 상무 양향자 후보가 내건 ‘3조원 투자 유치, 2만명 고용’ 공약을 뒷받침한 것이다. 김 대표는 “양 후보 혼자만의 힘으로 실현이 어려울 것이라 생각해 중앙당에서 전폭적으로 이 문제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과연 얼마나 실현 가능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당장 삼성의 반응이 부정적이다. 삼성은 이날 자료를 통해 “(자동차) 전장사업은 이제 사업성 여부를 모색하는 단계”라며 “구체적 추진 방안과 투자 계획은 아직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혔다. 사실상 부인했다. 해당 기업이 고개를 내젓는 유치 계획을 성사시키겠다고 하니 어리둥절하다. ‘김칫국부터 마시는’ 형국이다. 일부 보도에 나타난 양 후보의 발언은 한 발 더 나갔다. 그는 예상 입지까지 거론한 것은 물론 삼성 측이 자신을 통해 이 사실을 공표하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삼성의 공식 해명과는 완전히 다른 설명이다.
미래차산업은 삼성의 대표적인 미래 먹거리 사업의 하나다. 사물인터넷, 드론, 바이오 등과 함께 삼성의 핵심 업종이다. 지난해 말 삼성전자가 몸집을 줄이면서도 자동차전장사업팀을 부회장 직속으로 신설한 것도 이런 까닭이다. 기업의 사활이 걸린 중요한 프로젝트가 확정되지도 않았는데 정치권이 사실인 것처럼 불쑥 공표하는 것은 경솔하다. 정치권이 기업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정치판으로 끌어들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기업으로서는 곤혹스러울 따름이다. 말로는 경제를 살리겠다고 하면서 정치권 풍향에 따라 기업을 활용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삼성과 같은 글로벌 기업은 해외 투자자들이 일거수일투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다 신중하게 대처해야 했다. 공약으로 확약하려 했다면 삼성과 보다 긴밀하게 논의하는 게 순서다. 충분히 협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성과인 양 떠드는 것은 스스로 공약(空約)이라고 말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설] 표 얻으려 삼성까지 선거판에 끌어들여서야
입력 2016-04-06 17: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