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4·13총선 공천 난맥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선거구가 있다. 서울 송파을에는 여당 후보가 없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옥새투쟁’을 하며 무공천 지역구로 만들어 버린 탓이다. 하지만 공천에서 탈락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한 김영순 후보는 새누리당 상징색인 빨간색으로 운동원은 물론 선거차량까지 도배하다시피 해 다닌다. 캐치프레이즈도 분명하다. “새누리당을 지키겠습니다.”
제1야당 더민주 최명길 후보는 갑자기 나타났다. 최 후보는 당초 대전 유성갑에 예비후보 등록을 하고 당내 경선까지 치렀다. 경선에서 지자 당 지도부는 곧바로 그를 송파을에 전략공천했다. 방송기자로 워싱턴특파원을 지낸 최 후보가 경선 때 내건 슬로건은 ‘유성 행복특파원’. 지금 그의 현수막에는 ‘송파 행복특파원’이 대문짝만하게 적혀 있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이변이 발생하지 않는 한 둘 중 한 사람이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가 이래도 되는 걸까? 유권자들은 김 후보를 여당 후보로 알고 찍어야 하나, 아니면 무소속으로 분류해 표를 줘야 하나? 하루아침에 날아온 최 후보는 자신의 지역구 골목 번지수나 알고 있을까?
인천 남을도 황당하기가 그지없다. 새누리당 김정심 후보는 ‘당원명부’조차 제대로 전달받지 못했다. 그는 새누리당에서 찬밥 신세다. 지난 2일 인천지역 지원 유세를 온 김무성 대표는 13개 선거구 중 남을만 쏙 뺐다. 이곳에는 친박계 실세 윤상현 의원이 무소속으로 나와 있다. 막말 파문으로 그가 당을 떠나자 시의원 2명, 구의원 4명, 당원 3500여명이 무더기로 탈당해 버렸다. 김 후보 측 관계자는 “(중앙당이 김 후보를) 버렸다고 봐야 한다. 우리 운동원들끼리는 농담으로 ‘우리는 개새누리당이냐’ 그런 말도 한다”고 토로했다. 정치권이 지역주민을 ‘장기판의 졸(卒)’로 여기는 게 아니라면 이럴 순 없다.
한민수 논설위원 mshan@kmib.co.kr
[한마당-한민수] 황당한 선거구
입력 2016-04-06 17: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