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수(79·사진) 주일본 한국대사가 사의를 표명했다. ‘12·28 위안부 합의’ 등을 계기로 한·일 관계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어 자신의 역할이 끝났다고 판단해서다.
유 대사는 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한·일 관계가 발전적으로 고비를 넘겨 관계개선의 기초는 마련된 것 같다”면서 “2월 중 사의를 표명했으며 지난달 재외공관장회의에 가서 다시 한 번 분명히 말하고 왔다”고 밝혔다.
유 대사는 지난달 중순 공관장회의 참석차 서울을 찾은 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만나 이런 뜻을 구두로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유 대사는 “연초에 들어오면서부터 사의를 표명하려 했는데 북한이 핵실험을 하는 마당에 (사의를) 말하기가 곤란했다”면서 “나이도 있고 벌써 1년8개월이나 했으니 앞으로는 젊은 사람들이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일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던 2014년 8월 주일대사로 임명됐다. 1937년 경남 합천 출생으로 유년시절을 일본에서 보내 일본어에 능통하다. 4선 국회의원을 지내며 한일의원연맹 간사장을 맡는 등 ‘지일(知日)’ 인사로 꼽힌다. 도쿄 부임 직전 기자들과 만나 “한·일 관계가 정상으로 회복되도록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유 대사는 “정치할 때부터 일본과 관계가 있었고 언어적인 면에서도 불편이 없었다. 일본 정부 내 인맥을 통해 나름대로 열심히 한 것 같다”면서 “한·일 양국이 건설적으로 관계개선을 하는 방향으로 나가는 기초가 마련됐으니 이 정도에서 끝내는 것이 마땅하지 않나. 그만둘 적기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유 대사의 사의 표명 사실이 처음 알려진 건 6일자 마이니치(每日)신문 보도를 통해서다. 아침에 기사를 보고 놀란 일본 정치인들이 유 대사에게 ‘확인 전화’를 걸어오기도 했다. 유 대사는 사임 이후 계획과 관련해선 “앞으로 주변을 정리하고 쉬겠다. 개인적으로 할 일이 많다”면서 “나이가 80인데 다른 자리에 가겠는가”라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유흥수 주일대사 “물러나겠다”
입력 2016-04-06 2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