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프로야구 초기에는 선수들의 트레이드가 드물었다. 선수를 팔고 사는 프로의 생리를 이해하지 못한 팬들의 저항이 드셌기 때문이다. 프로 스포츠는 얼음처럼 차가운 시장 논리가 지배한다. 기량이 출중하면 구단은 거액의 계약금과 연봉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 다치거나 상품가치가 떨어지면 퇴출을 각오해야 한다.
미국 프로야구 볼티모어로 이적한 김현수도 냉엄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시련을 겪고 있다. 볼티모어는 김현수를 수년간 지켜본 끝에 2년간 700만 달러에 영입했다. 대신 김현수는 마이너리그 강등 거부권을 얻었다. 김현수를 시범경기에 내보냈고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구단은 본전 생각이 났을 터. 지역 언론을 동원해 한국으로 돌아가든지, 마이너리그에서 뛰든지 양자택일을 하라고 윽박질렀다. 700만 달러가 아까웠던 것이다.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행사하고 개막전 25인 로스터에 남은 김현수의 결정에 박수를 보낸다. 그는 출국 전 “다시 한국에 돌아오면 실패”라고 말했었다. 메이저리그에서 진가를 입증해야 한다. 구단의 싸늘한 시선도 의식해야 한다. 벅 쇼월터 감독이 김현수에게 호의적인 것은 다행이다. 본인의 두둑한 배짱과 함께 고국 팬들의 성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wssuh@kmib.co.kr
[즐감 스포츠] 김현수의 배짱과 고국의 성원
입력 2016-04-06 17: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