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신평] 발등에 떨어진 불, 로스쿨 개혁

입력 2016-04-06 17:30

법학전문대학원은 어느 정도로 문제를 안고 있는가. 작년에 사시존치 문제를 둘러싸고 논의가 무성했으나, 양측의 팽팽한 대립만 있었다. 이 논의는 주로 로스쿨 입학과 졸업, 취업에 관한 것이었다. 로스쿨의 문제점이나 한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입학 후 과연 학생들이 예비법조인으로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느냐 하는 점을 따져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의 사정을 참조·비교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독일, 프랑스, 일본과 같이 성문법전의 해석을 법학의 기본으로 하는 대륙법체계 국가이다. 그리고 법원, 검찰 실무에서는 하나의 자연적 개념을 논리적으로 잘라서 분석하는 지적 기능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그래서 법학을 이론으로 배우는 것 외에 법조실무의 기본을 익히는 것이 교육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이들 나라는 법조인 양성을 위해 어떤 교육시스템을 운영하는가. 이는 우리 실상을 평가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지금 한국의 로스쿨에 있어서는 법철학과 같은 기초법학이 허물어지고, 세계화의 주요한 상징이 될 수 있는 국제법 등의 과목이 몰락하였다. 독일과 프랑스, 일본에 있어서는 이러한 일이 없거니와, 치밀하게 준비된 법조양성체계에 의해 법조인이 배출된다. 혹자는 일본도 로스쿨을 도입하였으니 전반적 교육과정이 우리와 비슷하리라고 생각한다. 큰 착각이다. 우리는 학부의 법학교육과 로스쿨의 법학교육을 단절시켰으나, 일본은 양자의 연결체계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로스쿨에서는 국가의 부단한 간섭 하에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려는 끊임없는 노력이 경주되고 있다. 우리는 대학의 자율성이라는 미명 아래 거의 모든 것을 로스쿨에 맡겨버렸다. 그리고 일본의 경우 로스쿨을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1년의 사법연수소(우리의 사법연수원)나 법원, 검찰 등의 기관에서 대단히 압축적인 실무교육을 다시 받는다. 물론 우리는 이를 없애버렸다.

결과로 나타난 것은 무엇인가. 비싼 학비를 내고 로스쿨 3년을 다니지만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한다. 교수들이 자신들의 편의에 따라 일방적으로 짜놓은 커리큘럼이 무질서하기 이를 데 없기 때문이다. 물론 독일이나 프랑스, 일본은 이렇게 하지 않는다.

한편 과거와 달리 학생들이 공부할 양은 엄청나게 늘어났다. 과목당 몇 권의 두꺼운 책을 익히지 않으면 안 된다. 로스쿨 학생들이 고통스럽게 학업을 수행하지 않을 수 없다. 졸업 후 변호사시험을 합격해도 금수저, 은수저를 물고 나온 소수의 학생과 그렇지 못한 대부분 학생들은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일류 로펌이나 괜찮은 기업에서는 흔히 출신 집안을 보며 변호사를 뽑아 여기에 선발된 사람들은 그래도 실무를 제대로 익히며 법조인으로서 성공을 향해 갈 수 있다. 그러나 평범한 집안의 많은 학생들은 취업에서 차별받고, 경우에 따라서는 기성 변호사들의 착취대상으로 전락한다. 부실한 로스쿨의 교육만 받은 그들에게 장래 유망한 법조인으로 성장하기 위한 기회가 주어지기 어렵다.

로스쿨 입학과 취업 과정에서 불공정성을 시정하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다른 국가와 비교하여 터무니없이 뒤떨어진 형태의 교육과정을 시정하는 것이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올해 입학한 신입생부터 그 개혁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개혁을 로스쿨에 맡겨둘 수는 없다. 무엇보다 한국의 로스쿨은 로스쿨 가동 이래 7년여의 세월동안 어떤 의미 있는 변화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이제는 일본이나 독일, 프랑스처럼 국가가 직접 로스쿨의 운영에 선한 의도로 보다 강하게 개입할 때가 됐다.

신평(경북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