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혁신처 침입 7급 공무원 시험 성적 조작

입력 2016-04-06 00:27
정부서울청사에 몰래 들어가 합격자 명단을 조작한 7급 공무원시험 응시생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정부청사 내부 침입을 도운 ‘조력자’가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수사할 계획이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 침입해 공무원시험 관련 서류를 조작한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으로 송모(26)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5일 밝혔다.

송씨는 지난달 26일 오후 9시쯤 정부청사 내 인사혁신처 시험출제과 사무실에 침입한 뒤 담당자의 컴퓨터를 몰래 켜서 ‘국가직 지역인재 7급 공무원 선발시험’ 성적과 합격자 명단을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송씨는 제주도의 한 대학 졸업예정자로 지난달 5일 해당 시험에 응시했다. 경찰은 CCTV 분석을 통해 용의자를 확인, 4일 오전 6시쯤 제주 거주지에 머물고 있던 송씨를 긴급체포했다.

송씨는 경찰 조사에서 훔친 공무원 신분증으로 정부청사를 드나들었다고 진술했다. 또 지난달 5일 시험을 앞두고도 시험지를 먼저 입수하기 위해 두세 차례 인사혁신처 사무실에 몰래 들어갔으나 시험지를 입수하지는 못했다고도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사혁신처는 6일로 예정된 합격자 명단을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명단에 송씨 이름이 추가된 사실을 파악, 지난 1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CCTV를 분석해 송씨의 구체적인 침입경로를 조사하고 있다. 또 송씨를 상대로 어떻게 정부청사 출입구와 인사혁신처 현관을 쉽게 통과할 수 있었는지, 담당자의 컴퓨터를 어떻게 알았는지, 컴퓨터 내의 시험 관련 자료를 어떻게 확인했는지, 내부에 침입을 도운 조력자는 없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정부서울청사 보안·경비 시스템의 허점도 다시 드러났다. 정부서울청사에서는 2012년 60대 남성이 위조한 신분증으로 교육과학기술부 사무실에 침입해 불을 지르고 창밖으로 투신한 사건이 벌어졌다. 당시 행정자치부는 출입 시스템을 강화했다. 또한 올 초부터는 테러 가능성에 대비해 경비 수준을 강화했다. 정부서울청사에 들어가려면 출입증을 확인하는 게이트를 두 번 통과해야 하고, 두 번째 게이트에서는 출입증 소지자의 얼굴 사진이 모니터로 확인된다. 정부의 강화된 보안·경비 시스템이 20대 공무원시험 응시생의 불법 침입을 막지 못한 셈이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