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무기 개발과 무기 판매를 위해 2006년 조세도피처에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를 세웠던 사실이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영국인 금융인이 주요한 역할을 한 사실이 새로 드러났다.
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과 BBC방송 등에 따르면 사상 최대 규모로 폭로된 조세도피처 자료 ‘파나마 페이퍼’에 북한 대동신용은행의 계열사인 DCB파이낸스가 포함됐다. DCB파이낸스는 2006년 조세도피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등록됐다. 대동신용은행 대표였던 북한 관리 김철삼과 HSBC은행 출신 영국인 나이절 코위가 공동대표로 이름을 올렸다. 북한은 DCB파이낸스가 버진아일랜드에 등록된 2006년 7월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데 이어 그해 10월 첫 번째 핵실험을 강행했다.
미국 재무부는 2013년 6월 27일 핵개발 및 탄도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확산에 관여한 북한 금융기관으로 대동신용은행과 DCB파이낸스, 그리고 이 은행의 중국 다롄지점 김철삼 대표를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다. 미 재무부는 당시 대동신용은행이 북한의 주요 무기거래 회사인 광물개발공사와 단천상업은행에 금융 서비스를 제공했으며, DCB파이낸스는 북한과의 거래를 회피하는 금융회사들의 눈을 피하는 수단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시 미 재무부가 코위 대표를 왜 제재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는지는 불명확하다. 코위는 조세도피처 자료가 대량 유출된 파나마 법률회사 ‘모색 폰세카’가 DCB파이낸스 배후에 북한이 있음을 깨닫고 이 회사 법률대리인을 그만둔 이듬해인 2011년 자신이 보유한 대동상업은행 지분을 중국 컨소시엄에 넘겼다.
에든버러 대학을 졸업했고 한국어와 중국어에 능통한 코위는 김정일 정권 때인 1995년 평양에 들어가 20년간 북한에 거주하고 있다.
배병우 선임기자 bwbae@kmib.co.kr
北, 유령회사 ‘DCB 파이낸스’ 만들어 무기 자금 거래
입력 2016-04-05 2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