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 ‘짚라인(Zipline)’이 오는 7월부터 르완다에서 ‘생명을 살리는’ 드론 택배를 시작한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몇 주, 길게는 몇 개월까지 걸리던 혈액과 의약품 배달을 단 몇 시간 만에 할 수 있는 드론 네트워크 시스템을 구축해 의료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짚라인은 15대의 드론으로 하루 최대 150번까지 혈액과 긴급 의약품을 르완다 서부 21개 병원으로 배달한다. 위성항법장치(GPS)와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이용해 궂은 날은 물론이고 시속 48㎞의 바람이 불어도 최대 시속 100㎞로 운행할 수 있다. 혈액을 배달할 때는 저온 상태를 유지하는 기능도 있다. 배달을 마친 드론이 출발지로 되돌아오면 배터리와 배달지 정보가 담긴 심 카드를 교체하고 곧바로 다음 미션에 투입된다.
켈러 리나우도 짚라인 대표는 “혈액이나 의약용품이 필요한 의료진이 메시지를 보내면 드론을 띄워 물품을 신속하게 전달한다”며 “비용도 오토바이 배달 수준밖에 들지 않고 안전하고 정확하다”고 설명했다.
짚라인은 2014년 리나우도와 공동설립자 윌리엄 헤츨러가 탄자니아 다르살람의 청소년 공공의료봉사자를 만나면서 사업을 기획했다. 당시 봉사자는 긴급 의약품 주문시스템을 고민하고 있었다. 드론을 이용해 의약품을 배달하겠다는 이들의 발상은 세계적인 기업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들은 구글 벤처(GV), 투자전문회사인 세콰이어 캐피털, 스탠퍼드 대학교와 야후 공동설립자인 제리 양,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설립자 폴 앨런 등으로부터 투자금 1800만 달러(약 208억5300만원)를 유치했다.
지난 2월 짚라인은 르완다 정부와 협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했다. 르완다는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항공 관련 법규가 까다롭지 않은 데다 운항하는 비행기 수도 적었기 때문이다. 르완다는 국내총생산(GDP)이 세계 170위인 최빈국이다. 헤츨러는 “세계적으로 20억명이 넘는 사람이 필수의약품을 제때 공급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다”며 “한 번의 배달이 한 명의 목숨을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영국 건축학자 노먼 포스터도 인프라가 부족한 외곽지역에도 응급구호품을 전달할 수 있는 ‘드론 공항’을 르완다에 건설하겠다고 제안했다. 미국의 또 다른 드론 택배회사 매터넷(Matternet)은 말라위에서 정부, 유니세프와 함께 에이즈 백신을 배달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김미나 기자
“생명을 배달합니다”… 르완다의 드론 택배 실험
입력 2016-04-06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