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군에 사는 이모(35)씨는 2009년 5월 읍사무소에 허위로 아들의 출생신고를 했다. 자신의 아버지가 다른 여자에게서 아들을 낳자 출생신고를 대신 해주면서 병원에서 받은 출생신고서를 위조해 자기도 아들을 낳은 것처럼 신고했다. 이후 이씨는 출산지원금 120만원과 양육수당 등 770만원의 출산지원금을 받아 챙겼다. 이씨의 허위 신고는 부산시교육청이 취학연령이 된 이씨의 아들이 지난달 초등학교에 나오지 않아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밝혀졌다.
충북 청주에서는 2012년부터 한 초등학교가 ‘취학유예’ 대상으로 관리해 온 A군(11)이 도교육청의 장기결석 초·중학교 전수조사 과정에서 청주와 경기도 의정부 등 2개의 지자체에 이중으로 출생신고돼 각기 다른 이름으로 주민번호가 2개 발급된 사실이 드러났다. A군은 친부와 친모가 이혼한 후 태어났는데 당시 친부는 자기 성으로 청주의 주소지 동사무소에 출생신고를 했고, 친모도 자신의 성으로 출생신고를 따로 했다. A군은 생년월일은 같았지만 부모의 주민번호가 다르게 기재돼 행정 전산망에서 이중 등록 여부가 드러나지 않았다.
광주에서도 얼마 전 40대 부부가 사채업자를 피해 다니느라 자녀 10명 중 4명의 출생신고를 하지 않다가 10여년이 지나서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출생신고제도의 허점이 계속 노출되자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5일 행정자치부나 일선 지자체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출생신고제를 채택하고 있다.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아동 출생 후 1개월 이내에 부모 등 신고의무자가 주민등록지 읍·면·동주민센터나 구청에 출생증명서를 첨부해 출생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병원 등에서 출생하지 않아 출생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없을 경우에는 성인 2명이 보증을 서는 인우보증제를 이용해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신고의무자가 의도적으로 출생신고를 하지 않거나 허위로 신고하더라도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게 문제다.
대구의 한 구청 관계자는 “부모나 친족 등 의무자들이 신고를 하지 않는다 해도 이를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나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허위 출생증명서와 인우보증을 통한 거짓 출생신고가 잇따라 발생하자 출생신고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영국 캐나다 독일 등 일부 국가들처럼 의료기관 등이 출생사실을 정부 기관에 통지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여론에 따라 국회에서도 의료기관 등에 출생통지 의무를 부과하는 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여전히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미혼모 등이 의료기관에서의 출산을 기피하게 돼 태아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고 병원에서 출산하지 못한 국민에게 불편을 초래한다는 등의 이유로 통과되지 못했다.
송효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출생신고는 아이의 생존·인권과 직결된 문제이며 출생 통계는 신생아·아동·복지 등 국가정책의 근간이 되는 자료”라며 “출생사실이 의료기관을 통해 자동으로 행정기관에 통보되도록 하는 방향으로 출생신고 체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라동철 선임기자,
청주·대구=홍성헌 최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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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뚫린 ‘출생신고제’
입력 2016-04-05 19:06 수정 2016-04-05 2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