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주말 벚꽃축제가 한창 열리고 있는 여의도 방향으로 다른 차량들이 이동하고 있다는 정보를 받은 자동차가 스스로 판단해 우회경로를 설정한다. 자율주행 모드로 설정하고 운전석을 눕힌 채 천장에서 상영되는 영화를 감상하던 운전자는 집 조명을 끄지 않고 나왔다는 자동차의 경고를 받고 소등을 지시한다. 이동 도중 운전자의 간단한 건강검진을 마친 자동차는 혈압이 다소 높게 나왔으니 오늘 저녁 메뉴로 육류는 피하라고 조언한다. 이어 그의 검진 정보를 병원에 곧바로 전송한다. 현대·기아자동차가 구현하고자 하는 커넥티드카 기반의 미래 생활상이다.
현대·기아차는 5일 “자동차가 생활의 중심이 되는 시대를 주도적으로 열겠다”며 ‘초연결 지능형 자동차(Hyper-connected and Intelligent Car)’로 이름 붙인 커넥티드카 개발 콘셉트를 발표했다. 자동차를 중심으로 집과 사무실, 나아가 도시까지 하나로 연결하겠다는 청사진이다. 궁극적으로는 자동차와 인공지능을 결합해 ‘도로 위를 달리는 알파고’를 만들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연구개발 역량을 집중하고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는 한편 과감한 투자를 통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포부다. 관련 기술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들과 협업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커넥티드카는 IT 기술과 융합된 차량을 의미한다. 자동차를 다른 차량이나 교통 인프라와 무선으로 연결해 각종 정보를 주고받는다. 완전한 자율주행차를 구현하기 위해 필수적인 기술이기도 하다. 현재는 차량에 탑재된 내비게이션과 스마트폰 연동 시스템 정도가 기초적인 커넥티드카 기술로 분류된다.
현대·기아차는 커넥티드카의 인프라 역할을 하는 핵심기술부터 연구하기로 했다. 자동차를 기반으로 하는 대용량·초고속 통신기술을 개발하고 차량이 생성하는 각종 데이터를 수집하는 기존의 클라우드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다. 방대한 정보를 분석해 의미있는 데이터로 가공·활용하는 빅데이터 시스템과 카넥티드카 통합 보안 시스템도 추진된다.
최종적인 커넥티드카 개발에 앞서 단기적으로는 현재의 차량·스마트폰 연동 체계를 발전시켜 스마트폰의 더 많은 기능이 자동차에서 실행되도록 할 방침이다. 스마트홈 연계 서비스를 통해서는 자동차 내부에서 집에 있는 가전기기들을 원격으로 제어하는 게 가능해진다.
중장기적으로는 완벽한 자율주행을 골자로 하는 커넥티드카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현 단계에서 상용화된 자율주행차들은 차에 부착된 센서로 주변 환경을 감지해 달리는 구조다. 이밖에 지능형 원격지원 서비스, 스마트 트래픽, 모빌리티 허브도 현대·기아차가 제시한 커넥티드카 중장기 개발 목표다.
지난해 기준으로 기초적인 단계의 커넥티드카 기술이 적용된 차량은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35%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글로벌 컨설팅 업체 액센츄어에 따르면 2025년에는 모든 차량에 고도화된 커넥티드 시스템이 적용될 전망이다. 또 맥킨지는 지난해 전 세계 자동차 업체들과 IT 업체들이 커넥티드카 서비스를 통해 300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지만 2030년에는 1조5000억 달러로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분석했다. 연평균 30% 수준의 성장세다. 이에 자동차 업계는 물론이고 통신 업계까지 가세하면서 커넥티드카 개발 경쟁은 전 세계적으로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車·집·회사·도시 연결” 현대차, 달리는 알파고 만든다… 커넥티드카 콘셉트 발표
입력 2016-04-05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