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의사 명의를 빌려 운영하는 ‘사무장병원’에서 직원이 퇴직하면 누가 퇴직금을 줘야 할까. 법원은 “명의를 빌려준 의사가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름만 병원장이라도 사용자인 만큼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다.
대구지법 민사합의3부(부장판사 허용구)는 대구의 한 사무장병원 직원인 서모씨가 병원장 백모씨를 상대로 낸 퇴직금 청구 소송에서 1심과 같이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
서씨는 2004년부터 10년간 주차관리인으로 일했다. 2014년 퇴직한 그는 퇴직금 430만원을 요구했지만 병원 측은 묵묵부답이었다. 다른 동료 직원 62명도 임금과 퇴직금을 받지 못했다. 병원장인 백씨는 “나도 2012년 병원에 고용돼 월급을 받는 ‘바지 원장’에 불과하다”며 “병원의 실제 주인은 따로 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백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설령 백씨가 명의를 빌려준 ‘바지 원장’이라도 이는 의료법에 위배돼 무효”라며 “이 병원의 개설명의자(병원장)인 백씨는 근로자인 서씨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백씨는 직원 62명의 퇴직금 등 모두 4억5800만원을 주지 않은 혐의로 지난해 12월 징역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사무장병원 퇴직금 누가 지급? 법원 “명의 대여 의사가 내야”
입력 2016-04-05 1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