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세계 최초 ‘18나노 D램’ 시대 열었다

입력 2016-04-05 19:29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18나노(10억 분의 1) PC용 D램 양산에 성공했다. 경쟁업체와 약 2년 기술 격차를 벌려 프리미엄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게 됐다.

삼성전자는 올해 2월부터 세계 최소 크기의 18나노 8기가비트(Gb) DDR4 D램을 양산하고 있다고 5일 밝혔다. 이 제품은 데스크톱, 노트북 등 컴퓨터 메모리용으로 사용되는 D램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안에 스마트폰 등에 사용되는 모바일용 D램도 18나노 공정으로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메모리는 나노 공정이 미세할수록 경쟁력이 높아진다. 같은 크기의 반도체에 더 많은 저장 공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이번에 양산에 성공한 18나노 8Gb D램은 새끼손톱만 한 크기의 반도체에 80억개의 셀(데이터를 저장하는 단위)을 넣을 수 있다.

18나노 D램은 20나노 D램에 비해 동작속도가 30% 빠르고, 소비전력도 20% 낮다. 소비자 입장에선 더 빠른 속도로 컴퓨터를 이용하면서도 전력 소모를 줄일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특히 배터리 사용 시간에 예민한 노트북의 경우 같은 용량의 메모리라도 18나노 D램을 쓰면 좀 더 오랜 시간 사용할 수 있다.

생산하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유리하다. D램 제조 공정이 미세해질수록 동일한 면적의 반도체 웨이퍼에서 더 많은 D램을 만들 수 있다. 동일 면적의 반도체 웨이퍼에서 18나노 D램 생산량은 20나노일 때보다 30% 많다.

또 18나노 D램은 삼성전자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양산하기 때문에 프리미엄 제품으로 판매할 수 있다. 경쟁 업체들이 20나노대 공정을 활용한 D램으로 가격 경쟁을 벌일 때 삼성전자는 제값을 받으면서 안정적으로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경쟁 업체가 10나노대 D램을 양산하는 데 2년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시장에서도 프리미엄 제품의 수요는 경기에 상관없이 꾸준하다”면서 “후발주자가 따라오더라도 삼성전자는 그만큼 앞서가는 셈이어서 유리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생산자와 사용자 모두에게 이점이 있음에도 나노 공정을 미세화하기 어려운 것은 기술 장벽이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18나노 D램에 3가지 신기술을 적용했다.

작은 크기의 반도체에 정확하게 회로를 그릴 수 있도록 얇고 강력한 레이저를 쏘는 사중 포토 노광기술을 D램에는 처음으로 적용했다. D램에 있는 셀이 안정적으로 작동하도록 내구성을 강화하기 위해 초균일 유전막 형성 기술도 도입했다. 빨리 구동하면서도 전력 소모를 줄일 수 있는 초고집적 설계 기술도 적용됐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