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통… 뻔뻔… 위악… 사랑받는 ‘나쁜 스타’ 뭔가 다르네!

입력 2016-04-05 19:55

두 사람의 콘셉트는 ‘나쁜 남자’다. 다만 치명적인 남성미의 ‘옴므파탈’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남자’보다는 ‘나쁜’에 방점이 찍힌다. 방송에서 소리를 지르고 짜증도 내고 히스테리도 부린다. 카메라 10여대가 지켜보는데 게으른 모습도 보인다. 함께 출연한 이들에게 악담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사랑받고 있다. 이경규(56)와 박명수(46) 이야기다.

최근 이경규는 ‘예능인들의 무덤’이라는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마리텔)에 등장해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지난달 26일 인터넷 생방송에서 자신이 키우는 강아지들과 함께 출연해 “오래, 힘들게 촬영하는 건 질색”이라던 지론을 실천했다. 이른바 ‘눕방’(누워서 하는 방송)이라는 신개념 방송을 보여줬는데, 욕을 먹기는커녕 네티즌들의 열띤 환호를 받았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27일엔 자신의 취미인 ‘낚시’를 마리텔에 들고 왔다. 이경규는 채팅창에도 신경 써 달라는 제작진의 말에 “지금 채팅이 급한 게 아니다”며 낚시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본말이 전도된 듯했지만 그게 묘하게 웃음을 줬다.

마리텔 성공의 핵심 요인 중 하나는 ‘소통’이다. 박명수 정준하 등 노련한 예능인들도 마리텔에서 ‘채팅창’ 반응에 조바심을 내느라 갈피를 잡지 못했다. 오히려 여유로운 모습을 보인 이경규는 네티즌에게 신선한 ‘한방’을 선사했다.

36년 방송 베테랑의 철학도 통했다. 그는 “방송을 날로 먹는다”는 지적에 “원래 예능의 끝은 다큐다. 오늘 방송은 내가 아닌 강아지들이 웃음을 줄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경규의 이 말은 명언처럼 회자되고 있다.

‘무한도전’ 등 각종 예능에서 악역을 자처하고 있는 박명수는 종종 ‘미담’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최근엔 한 호텔에서 20대 발레파킹 아르바이트생의 실수로 차량이 파손되는 일을 겪었다. 호텔 측이 수리비를 주겠다고 했지만 800여만원에 이르는 수리비를 자신이 내겠다고 하면서 화제가 됐다. 접촉사고 뒤 70대 택시기사 대신 자신이 수리비를 부담한 일, 그가 운영하는 식당의 아르바이트생에게 학비를 대준 일 등도 유명하다.

박명수는 자신의 미담을 웃음으로 넘기는 뼛속까지 예능인의 모습을 보였다.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이런 여러분의 시선, 정말 땡큐다. 하지만 큰일이 아니다. 교통사고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내 신곡이 나오는데, 그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담이 알려지는 게 싫다. 내 이미지에 좋지 않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방송에서 악역을 자처하지만 이경규와 박명수가 실제로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시청자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지상파 한 예능 PD는 “두 사람이 빠르게 변화하는 예능 판도에서도 뒤처지지 않는 건 확고하게 잡힌 캐릭터 덕이 크다. 그 캐릭터에 원래 성격도 있겠지만 방송을 위한 계산도 들어가 있다는 걸 시청자들도 알기 때문에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