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도전과 혁신이 낳은 테슬라 신드롬

입력 2016-04-05 17:54
“소비자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묻지 말라. 그들은 자신이 뭘 원하는지 모른다. 수요는 조사하는 게 아니라 창출하는 것이다.” 이렇게 말한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을 개발해 스마트폰이란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냈다.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아이폰 발표장은 열광하는 팬들로 콘서트를 방불케 했다. 이에 버금가는 ‘게임체인저’가 자동차 시장에 등장했다. 3일(현지시간) 공개된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모델3’는 사흘 만에 사전예약 27만대를 넘어섰다. 13조원어치나 된다. 차를 인수하려면 2년은 기다려야 하는데 이를 감수하겠다는 소비자가 저렇게 많다.

모델3에 담긴 혁신은 크게 세 가지다. 한 번 충전해 달릴 수 있는 주행거리를 기존 전기차의 2배(346㎞)로 늘렸다. 성능은 테슬라의 고급 전기차 ‘모델S’와 다르지 않은데 가격은 절반(4000만원대)이다. 앞 유리부터 지붕과 뒷유리까지 모두 강화유리로 덮어 자동차 디자인의 통념을 바꿨다. 일론 머스크 회장은 모델3를 공개하며 “환경과 인류에 덜 해로운 교통수단의 시대를 앞당기는 차”라고 소개했다. 미국의 사전예약자는 “대형 자동차 업체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하고 있다. 2년 뒤 인수할 차를 예약한 건 이 회사가 성공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블로그에 적었다.

놀라운 것은 테슬라가 2003년 설립 이후 한 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다는 점이다. 최근 5년간 20억 달러 누적 적자를 기록했다. 10년이 넘도록 일관되게 전기차 대중화에 매달려온 경영전략과 이를 용인하는 기업 생태계가 ‘모델3’라는 혁신적 결과물을 가능케 했다. ‘지구를 구하는 자동차’란 꿈을 현실로 바꾸는 일이야말로 창조경제라 불러야 할 것이다. 정부가 창조경제를 외친 지 3년이 넘었는데 이런 혁신을 가능케 할 생태계가 과연 조성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우리의 기업 생태계를 진지하게 되돌아봐야 한다. 대기업의 견고한 아성과 그 그늘에서 연명하는 중소기업의 격차, 아이디어를 가진 벤처기업마다 생존을 위해 몸부림쳐야 하는 현실부터 근본적으로 손보지 않으면 테슬라 같은 도전이 발붙일 틈은 생길 수 없다. 알파고가 바둑에서 이기자 며칠 뒤 인공지능에 얼마 투자한다고 발표하는 식의 접근으로는 혁신을 기대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