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기업 부품사 ‘샘코’를 가다… 국산 항공기門 세계로 ‘훨훨’

입력 2016-04-05 20:05 수정 2016-04-06 15:46
이창우 샘코 대표가 지난 1일 경남 사천 샘코 조립공장에서 항공기의 승객용 출입문인 패신저 도어(Passenger Door)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중소기업진흥공단 제공

“비행기 문도 어느 회사가 만들었느냐에 따라 미닫이, 여닫이로 다 달라요.”

지난 1일 오후 3시 경남 사천에 위치한 항공기종합부품 제조업체 샘코에서 만난 이창우 대표의 표정에선 자부심이 묻어났다. 샘코가 만든 항공기 도어 시스템은 러시아 미국 유럽 등 세계 각지로 수출된다. 도어 시스템은 말 그대로 비행기의 승객, 화물이 드나드는 문을 즉시 부착할 수 있는 완제품이다. 샘코 조립공장에 들어서니 드릴 소리가 요란했다. 항공기 도어에는 1200개 부품이 들어가는데 전부 직원들이 수작업으로 한다. 부품을 하나하나 조립하고 몇 백개의 나사를 일일이 조여야 비행기 문짝 하나가 탄생한다. 힘이 많이 필요한 작업이어서 작업장에는 젊은 남성 근로자가 많다. 실제로 샘코 직원들의 평균 연령은 33세다. 공장 한쪽에는 빨간색 글씨로 ‘Pride In Quality’라고 쓰인 현수막이 걸려 있다. 샘코의 모토는 첫째도 품질, 둘째도 품질이다.

올해 창업 15년차인 샘코는 지난해 27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02년 창업 당시 매출액인 3억원보다 약 92배 성장했다. 매출의 90%는 수출에서 나온다. 현재 샘코는 러시아의 수호이, 미국의 스피릿, 독일의 에어버스 헬리콥터 등에 도어 시스템을 납품하고 있다. 에어버스 헬리콥터와 스피릿 등과도 4214억원 규모의 수주계약을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는 한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비행제어 구조물, 항공기 꼬리날개 구조물을 납품하고 있다.

이 대표는 “샘코의 경쟁력은 혁신을 통한 저렴한 가격”이라고 말했다. 샘코는 부품의 조립부터 가공, 화학처리까지 모든 공정을 소화하는 일관생산체제를 갖춰 물류비 등 불필요한 지출을 최대한으로 줄였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부품의 핵심 성능만 챙겼다. 덕분에 납품가를 외국 경쟁사의 절반 수준으로 낮출 수 있었다. ‘정직한’ 부품을 쓴다는 점도 샘코의 품질 신뢰도를 높이는 데 한몫했다. 인증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에어버스 헬리콥터의 인증을 통과한 기업은 국내 50여개 항공기 부품사 중 샘코가 유일하다.

이 대표는 일에 대한 직원들의 만족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고 회사 비전을 “등 따시고 배부르게”로 설정했다. 샘코는 2013년 무리하게 투자를 늘리다 부채 비율이 580%에 이를 정도로 사정이 악화됐지만 직원들이 합심해 위기를 극복했다. 이 대표는 “우리는 똑똑한 개인주의자보다 집단 응집력이 좋은 사람을 선호한다”며 “비록 똑똑한 사람들이 1시간 만에 할 일을 2시간에 걸려 하더라도 인내심이 좋은 사람들이 우리 직원들”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사천=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