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명호] 사회적 증거와 부동층

입력 2016-04-05 17:29

같은 곳에 있는 여러 냉면집 중에서 어디로 들어갈까 망설여지면 대개 손님이 많은 쪽을 택하게 된다. 마구 오르는 주식을 추격 매수한다거나, 갑자기 폭락할 때 일단 던지고 보는 게 보통사람들의 심리다. TV 홈쇼핑에서 “지금 구매자가 몰리고 있습니다. 몇 개 안 남았어요. 서두르세요”라고 하면 살까말까 망설이다 바로 구매한다. 이른바 ‘사회적 증거(social proof)’의 원리가 작동되는 현장이다.

사회적 증거란 다수가 하는 언동이 옳아보여 자신도 그것을 따라하는 현상을 말한다. 사회심리학자들은 아무 생각 없이 따라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 현상을 보고 자기의 판단이나 신념을 보태 추종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냉면집에 사람이 많은 것은 다른 집보다 맛있기 때문일 것이고, 뭔가 호재가 있기 때문에 주식이 더 오를 것이라고 판단해 매수하며, 가성비가 좋고 뭔가 장점이 있기 때문에 홈쇼핑의 구매자가 늘고 있다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증거의 법칙은 판매·영업 전략에 곧잘 쓰인다. ‘오피니언 리더 80%가 이것을 사용합니다’는 선전 문구는 듣는 이를 혹하게 만든다. 냉면집 주인이 가게 앞에 일부러 줄을 서게끔 만들면 지나가는 사람들은 ‘아, 저 집은 맛있구나. 한번 가봐야겠다’고 생각한다. 인터넷 방문객 수 올리기, 베스트셀러 내세우기 등이 다 그런 상술이다.

선거 중반인데 부동층(27%, 한국갤럽 3월 29∼31일 조사)이 석 달 전보다 더 늘어났다. 대개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지지층이 결집되는데 이번 흐름은 좀 다르다. 그만큼 정치가 준 실망과 불확실성이 큰 탓이리라. 그래서 결정도 쉽지 않은 모양이다.

남은 기간에 우리 편의 명분과 장점, 상대방의 실수와 약점을 적절히 통제·관리하면서 사회적 증거의 법칙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게끔 잘 활용하면 부동층을 끌어올 수 있을게다. 사회심리학자들에 따르면 모든 상황을 세세하게 알지 못하는 다중은 사회적 증거에 반응하게 돼 있다.

김명호 수석논설위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