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정광선] 한국형전투기 사업을 시작하며

입력 2016-04-05 17:29 수정 2016-04-05 21:37

한국형전투기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지난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는 한국형전투기 체계요구조건 검토회의가 열렸다. 이틀 동안 회의에서 한국형전투기 성능에 대한 공군의 요구사항이 설계에 적절히 정의되었는가를 검토하고 설계 절차를 진행키로 했다.

2014년 말 방위사업청 항공기사업부장 보직을 마지막으로 35년간 군생활을 마친 뒤 다시 중책을 맡게 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지난해 하반기 전 국민적 관심이 쏠렸던 이 사업은 오해와 논란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직접 연관이 없는 방위사업 비리사건들의 부정적 영향 등으로 시련이 더욱 가중됐다. 무엇보다 투명하고 한 점 의혹도 없도록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공군의 중추 역할을 하게 될 한국형전투기의 사업단장으로 이 사업을 투명하게 이끌어갈 것이다. 보안법규가 허용하는 범위에서 가감 없이 관련 정보도 공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모든 의사결정은 관련 규정에 따라 전문가의 충분한 검토를 통해 이뤄지도록 할 예정이다.

이 사업의 막대한 예산과 군사적·기술적·경제적 파급영향 때문에 개발 성공 여부를 둘러싸고 우려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 전투기 개발 사업은 우리에게 아직 가보지 않은 미지의 세계이자 위험요인이 많은 분야다. 그럼에도 군이 국내 개발키로 한 것은 공군의 전력운용 용이성과 독자적 성능개량 능력을 충족하고 해외구매 시 운영유지비용이 지속 증가하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우리 항공기술은 20여년 전 고등훈련기 T-50을 개발할 때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위험관리만 제대로 하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 전자주사능동(AESA)레이더 등 일부 핵심장비는 선진국의 기술보호 장벽으로 직접 개발해야 한다. 이를 위해 방사청은 가용한 수단과 방법을 모두 동원할 것이다.

올해는 사업의 첫해로 설계를 위한 기술적·기능적 요구사항과 엔진 등 주요 구성품 기종을 결정해야 한다. 우리는 호랑이의 날카로운 눈과 꾸준히 걸어가는 소의 발걸음, 호시우보(虎視牛步)의 자세로 한국형전투기 사업을 이끌어갈 것이다.

정광선 방위사업청 한국형전투기사업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