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총선을 1주일 앞두고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지난달 공식 선거운동 돌입 전 판세와 달라진 모습이다. 거대 여당이 출현할 것이라는 지배적 전망은 줄어들었고, 더불어민주당의 호남 패배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5일 국민일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새누리당은 대구·경북(TK), 더민주는 호남에서 지지율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지난달 11일 조사에서 43.0%를 기록한 새누리당 지지율은 34.1%로 8.9% 포인트가 빠졌다. 특히 TK에서 68.9%에서 46.1%로 22.8% 포인트 급락한 것을 비롯해 서울(38.1%→31.9%), 경기·인천(40.9%→30.7%), 부산·경남·울산(56.8%→42.3%) 등에서 지지율이 내려앉았다. 텃밭에서 고전하면서 대구와 부산에 출마한 더민주의 김부겸, 전재수 후보가 새누리당 김문수, 박민식 후보를 앞서고 있다.
더민주는 전체 지지율은 26.1%에서 27.7%로 소폭 상승했지만 호남에서는 급전직하했다. 이 지역 더민주 지지율은 지난달 43.7%에서 16.5% 포인트 빠진 27.2%에 그쳤다. 반면 국민의당의 호남 지지율은 42.1%로 지난번보다 14.5% 포인트가 뛰었다. 국민의당의 전체 지지율도 11.4%에서 14.6%로 올랐다. 아성이 흔들린 더민주는 호남 28개 선거구에서 국민의당에 속수무책으로 밀리고 있다. 국민의당은 20개 선거구에서 승리할 것으로 장담하고 있다. 더민주 측도 현재의 열세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이 같은 결과는 예견됐던 것이다. 여야의 거대 정당들은 그동안 민심을 우습게 알았다. 야권 분열로 국회선진화법도 개정할 수 있는 180석을 달성할 수 있을 거라는 예측이 제기되자 새누리당은 오만했다. 공천은 패거리 정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시종일관 친박 주도의 보복 공천 논란을 빚더니 유승민 파동과 옥새 전쟁으로 막장 드라마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여기에 19대 국회 내내 과반의석을 점했으면서 설득력이 약한 ‘야당 심판론’을 들고 선거전에 임했다. 더민주는 친노·운동권을 물갈이하는 듯했으나 김종인 대표의 비례대표 2번 ‘셀프 공천’ 파문을 겪으며 ‘도로 운동권당’이 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제1야당이 분열의 책임을 지기보다는 또다시 야권 단일화에 목을 매며 수권정당의 모습도 보여주지 못했다.
새누리당과 더민주는 지금이라도 민심 무서운 줄 알아야 한다. ‘텃밭=다 잡은 집토끼’라는 등식은 더 이상 성립되지 않는다. 남은 선거운동 기간에 얄팍한 속임수를 쓰거나 상대방 실책을 기대하지 말고 원내 1, 2 정당으로서 정책과 비전으로 승부해야 한다. 아무리 텃밭이 어렵더라도 케케묵은 지역주의와 색깔론, 인신공격을 꺼내서는 안 된다. 모르는 것 같아도 국민들은 다 보고 있다. 그리고 표로 심판하려고 벼르고 있다.
[사설] 새누리·더민주의 텃밭 고전은 예견됐던 일이다
입력 2016-04-05 17: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