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한 달을 맞아 김정은 정권이 협상 운운하는 걸 보니 제재가 두렵긴 두려웠던 모양이다. 북한 최고권력기관인 국방위원회는 지난 3일 밤 발표한 대변인 담화에서 “일방적인 제재보다 안정 유지가 급선무이고 군사적 압박보다 협상 마련이 근본 해결책이며 체제 전복보다 무조건 인정과 협조가 출로라는 여론이 크게 조성됐다”고 주장했다. 단거리 미사일 및 GPS 교란 전파 발사 등 계속해서 대남 도발을 자행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북한의 유화 제스처는 한·미를 이간시키려는 얕은 술책이다.
북한은 5일 대외 선전용 매체 ‘조선의오늘’ 홈페이지에 청와대, 정부청사, 국가정보원을 비롯한 남한의 주요 시설을 타격하는 ‘최후통첩에 불응한다면’이란 제목의 영상을 게재했다. 이 영상은 “모든 것이 잿더미로 될 것이다”라는 문구로 끝난다고 한다. 다시 말해 협상은 미국과 하겠다는 것이고, 남한은 격멸의 대상이라는 얘기다.
한·미 양국은 대북 제재에 빈틈없는 공조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비핵화 선언 등 북한의 선제적 조치 없이 미국이 협상에 나설 가능성은 없다. 미 국무부가 모든 핵 활동 동결과 과거 핵 활동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신고를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게 증거다. 지난 4일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의 위성사진 분석 결과 평안북도 영변 핵 단지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시설에서 수상한 활동이 포착됐다. 협상을 내세우면서 뒤로는 핵 도발을 준비하는 겉 다르고 속 다른 이중성, 이것이 김정은 정권의 본질이다.
최근 북한에서 휘발유 가격이 급등하는 등 대북 제재의 효과가 현실화되고 있다. 버틸수록 북한 주민의 고통만 가중되고, 김정은 정권의 고립만 심화된다. 핵과 협상은 결코 양립할 수 없다. 북한이 담화에서 협상이 근본 해결책이라고 했는데 옳은 진단이다. 주저 없이 비핵화의 길로 나서기만 하면 협상의 문이 열린다.
[사설] 비핵화 전제되지 않은 어떤 협상카드도 의미 없어
입력 2016-04-05 17: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