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전서 만난 절친… 이대호, 마음껏 스윙했다

입력 2016-04-05 19:00
시애틀 매리너스의 이대호가 5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글로브라이브파크에서 열린 2016 메이저리그 개막전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경기에서 7회초 대타로 나와 헛스윙 삼진을 당하고 있다. AP뉴시스

텍사스 레인저스와 시애틀 매리너스가 5일(한국시간) 개막전을 펼친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글로브라이브파크. 팀이 3-2 간발의 차로 앞서던 7회초 외야에 있던 추신수는 전율을 느꼈다. 1사 1, 2루의 위기상황에서 시애틀이 대타로 내보낸 선수가 이대호였기 때문이다. 부산 수영초등학교 시절부터 함께 야구의 꿈을 키워왔던 둘도 없는 친구였다. 그 벗이 숱한 난관을 극복하고 지금 이 순간 빅리거로서 메이저리그 첫 공식 무대에 데뷔한 것이다. 그것도 ‘꿈의 무대’인 메이저리그 개막전에서 자신의 팀과 맞붙었다. 추신수는 속으로 “그래 대호야 이제 네 세상이다. 마음껏 배트를 휘둘러라”고 되뇌었다. 그러나 이내 “여긴 프로다. 우리 팀이 이겨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이대호도 초조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외야를 바라보니 초등학교 3학년 때 자신을 야구로 인도해 준 절친 추신수가 있어 가슴이 놓였다. 하지만 텍사스 좌완 에이스 콜 헤멀스를 상대로 5구까지 갔지만 결국은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그는 추신수를 바라보며 멋쩍은 미소를 띤 채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경기 후 추신수는 “수비를 하는 나도 소름이 돋았다”고 회고했다. 또 “대호가 뭐라도 치길 바라면서도 치지 않기를 더 바란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일단 우리가 이겨야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이대호의 데뷔 타석이 7회보다는 좀 더 안정적인 상황에서 나왔으면 하는 아쉬움도 토로했다. 이대호는 “어떻게든 치고 싶었다. 내일은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두 절친은 경기가 끝난 후 알링턴에서 저녁을 함께하며 서로의 심정과 앞으로의 행보 등에 대해 길고 긴 대화를 나눴다.

텍사스는 시애틀을 3대 2로 물리쳤다. 그런데 텍사스는 안타 1개만 치고, 홈런 2개를 빼앗긴 시애틀에 승리를 거뒀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1913년 공식 집계 이후 개막전에서 1안타 승리는 이번이 처음이다.

미네소타 트윈스와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개막전에선 두 코리안 메이저리거의 희비가 엇갈렸다. 미네소타 박병호는 5회초 빅리그 데뷔 첫 안타를 치는 등 3타수 1안타 1득점, 몸에 맞는 볼 1개를 기록했다. 반면 볼티모어 김현수는 대타로도 나서지 못하고 경기 내내 벤치를 지켰다. 특히 식전행사로 개막 25인 로스터에 포함된 선수를 팬들에게 소개하는 시간에 관중에게 야유를 받는 수모를 겪었다. 경기는 볼티모어가 3대 2로 승리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